[안경남의 풋볼뷰] 베일의 포지션 이동이 만든 자책골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가레스 베일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지루했던 공방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웨일스를 역사상 첫 8강 무대로 이끈 크리스 콜먼 감독은 “졸전이었다. 하지만 그걸 누가 신경쓰겠나? 우리는 매 경기 다른 모습으로 승리했다. 긍정적인 신호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틀린 얘긴 아니다. 결국 역사가 기억하는 건 패자가 아닌 승자다.

역습에 강한 웨일스에게 북아일랜드는 매우 까다로운 상대였다. 똑같이 수비라인을 내리고 롱패스로 경기를 풀어갔기 때문이다. 높은 점유율(56%)은 어색했고 공간을 찾지 못한 베일과 아론 램지는 방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일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북아일랜드보다 전술 변화에 좀 더 능숙했기 때문이다.

#선발 명단

콜먼 감독은 3-0으로 승리했던 러시아전과 같은 베스트11을 구성했다. 샘 보크스가 최전방에 섰고 베일이 그 뒤에 자리했다. 포메이션은 파이브백(five back:5인수비)을 바탕으로 한 5-2-1-2였다.

마이클 오닐 감독은 1명을 바꿨다. 코너 워싱턴 대신 193cm의 카일 라퍼티가 원톱을 맡았다. 포메이션은 변칙적인 스리백(back three:3인수비)이었다. 크레이그 캐스카트, 카레스 맥컬리, 조니 에반스가 짝을 이뤘고 좌우 윙백에는 아론 휴즈, 스튜어트 댈라스가 자리했다.

#5백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모두 수비에 많은 숫자를 뒀다. 공격할 때는 스리백, 수비할 때는 파이브백에 가까웠다. 재미있는 건 두 팀의 접근법이다. 웨일스는 좌우 측면에 전문 풀백(크리스 건터 and 닐 테일러)이 자리했다. 반면 북아일랜드는 4명의 센터백과 1명의 미드필더(댈라스)가 5백을 구축했다. 이는 경기 운영에 차이를 만들었다.

먼저 ①웨일스는 ⓐ5명이 수비에 집중하고 ⓑ보크스가 롱볼을 따냈다(그는 10번의 공중볼 경합 중 6번 승리했다) ⓒ그리고 베일 혹은 램지가 공간을 파고들었다. 5-2-1-2 포메이션의 좌우 밸런스가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②북아일랜드는 ⓐ댈라스와 워드의 움직임에 따라 포메이션이 유동적으로 변했다. 댈라스가 내려왔을 때는 5백이 됐고, 댈라스가 전진하면 일시적으로 4백이 됐다. 즉, 좌우 풀백이 모두 공격에 가담했던 웨일스와 달리 북아일랜드는 4명이 후방에 남고 댈라스만 오버래핑에 나섰다. 수비에 더 무게를 뒀다는 얘기다. ⓑ워드도 수비할 때는 오른쪽 측면으로 내려왔다. 이때는 5-4-1이 됐다. 하지만 공격할 때는 처진 공격수처럼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다. 그리고 웨일스처럼 북아일랜드도 원톱 라퍼티의 높이를 적극 활용했다.(13번의 공중볼 경합 중 무려 9번 승리) 그리고 워드가 세컨볼을 노렸다.

#전반전

패스는 웨일스가 많았다. 하지만 80% 이상이 하프라인 밑에서 이뤄졌다. 총 264개의 패스를 기록했지만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향한 건 4개에 불과했다. 3개의 슈팅이 모두 빗나가거나 수비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전반 19분에는 보크스의 헤딩을 램지가 차 넣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북아일랜드 5백에 막힌 웨일스는 공간을 찾지 못했다.

공격은 북아일랜드가 더 효과적이었다. 3개의 슈팅 중 2개가 웨일스 골문 안으로 향했다. 압박의 차이었다. 북아일랜드는 앞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했다. 총 27의 태클 중 10개가 상대 진영에서 발생했다. 가로채기(12중 5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전방에서 공을 끊어낸 북아일랜드는 웨일스보다 슈팅 기회를 잘 잡았다. 웨일스와 비교하면 쉽다. 웨일스는 25개 태클 중 2개만 상대 진영에서 성공했다. 가로채기도 1개 밖에 되지 않았다.

#가레스 베일

슬로바키아, 잉글랜드, 러시아 모두 베일을 제어하는데 실패했다. 물론 북아일랜드도 결과적으로 베일을 막지 못하고 패했다. 하지만 가장 베일을 잘 막아낸 것도 북아일랜드였다. 그들은 베일을 자신들의 진영 밖으로 밀어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에반스는 위험지역에 베일(혹은 램지)가 들어오면 맨마킹했다. 베일이 후방으로 내려갈때도 끝까지 압박했고, 측면으로 이동할 때는 댈라스가 내려와 협력 수비를 펼쳤다. 이날 에반스는 4개의 태클을 성공했고 6차례나 상대 공을 탈취했다.

#교체

변화는 교체로부터 시작됐다. 웨일스는 할 롭슨-카누, 조나단 윌리엄스를 잇따라 투입했다. 그리고 중앙과 오른쪽에 있던 베일이 왼쪽으로 이동했다. 포메이션은 5-2-3(혹은 3-4-3)처럼 변했다. 북아일랜드는 미드필더에 가까웠던 워드를 빼고 스트라이커 워싱턴을 내보냈다. 공격 숫자를 늘린 교체였다. 그리고 후반 30분 결승골이 터졌다. 램지가 좌측에 있는 베일에게 패스를 전달했고 베일이 올린 크로스가 맥컬리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베일의 포지션 이동이 북아일랜드의 약점을 공략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북아일랜드는 변칙적인 전술 운영으로 좌우 밸런스가 불균형을 이뤘다. 에반스가 위치한 자리에선 베일을 막기 쉬웠지만 왼쪽에선 그렇지 못했다. 워드가 빠지면서 수비적인 가담이 부족했고 오른쪽 윙백 휴즈는 오버래핑에 나선 테일러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캐스카트가 뒤늦게 휴즈에게 베일에 대한 수비를 지시했지만 이미 크로스가 올라온 뒤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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