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레버넌트’ 루베즈키, 오스카 최초 3연속 촬영상 도전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레버넌트’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의 3연속 촬영상 수상 여부다.

그가 2014년 ‘그래비티’, 2015년 ‘버드맨’에 이어 이번에도 상을 받게 되면 88년 아카데미 역사상 전무후무한 3년 연속 촬영상 수상이다.

2년 연속 수상은 지금까지 세 번 있었다.

레온 샴로이=‘윌슨’(1945) ‘리브 허 투 헤븐’(1946)

존 톨=‘가을의 전설’(1995) ‘브레이브 하트’(1996)

엠마누엘 루베즈키=‘그래비티’(2014) ‘버드맨’(2015)

세 차례 수상자는 4명이 배출됐다.

로버트 리처드슨=‘JFK’(1992) ‘에비에이터’(2005) ‘휴고’(2012)

비토리오 스트라로=‘지옥의 묵시록’(1980) ‘레즈’(1982) ‘마지막 황제’(1988)

레온 샴로이=‘검은 백조’(1943) ‘윌슨’(1945) ‘리브 허 투 헤븐’(1946)

아서 C. 밀러=‘나의 계곡의 푸르렀다’(1942) ‘베르나테르의 노래’(1944) ‘왕과 나’(1947)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레버넌트’로 촬영상을 받으면 역대 최초의 3년 연속 수상이자 역대 다섯 번째의 세 차례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경쟁자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올해 후보로 지명된 촬영감독은 다음과 같다.

‘헤이트풀8’ 로버트 리처드슨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저 디킨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존 세일

‘캐롤’ 에드워드 러취맨

‘레버넌트’ 엠마누엘 루베즈키

로버트 리처드슨은 쿠엔티 타란티노 감독과 줄곧 호흡을 맞췄다. ‘킬빌’ ‘바스터즈:거친 녀석들’ ‘장고: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8’이 모두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번에 그가 촬영상을 수상하면 아카데미 역사상 역대 최초로 네 차례 수상자가 된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시카리오’의 로저 디킨스다. 그는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마약 단속 현장의 강렬한 체험을 서스펜스와 긴장감으로 고스란히 살려냈다. 극 초반부 롱샷으로 시작해 현장을 덮치며 압박해 들어오는 카메라는 대가의 솜씨를 입증한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아찔할 정도로 화려하다. 지금까지 촬영상을 못받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바톤 핑크’(1991.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쇼생크탈출’ ‘허드서커 대리인’(1994) ‘데드맨워킹’(1995) ‘파고’(1996) ‘위대한 레보스키’(1998)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2000) ‘뷰티풀 마인드’(2001)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참을 수 없는 사랑’(2003) ‘레이디킬러’ ‘빌리지’(2004)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아카데미 작품상) ‘다우트’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2008) ‘시리어스 맨’(2009) ‘더 브레이브’(2010) ‘007 스카이폴’(2012) ‘시카리오’(2015)이다.

세계적 거장 코엔 형제의 거의 모든 영화를 촬영했는데, 차기작 역시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다.

골든글로브에서 고개를 떨구고,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지명되며 화려하게 부활한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존 세일 역시 사막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가슴이 터질 듯 광란으로 질주하는 자동차 추격 시퀀스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캐롤’의 에드워드 러취맨은 1950년대 초반 뉴욕의 시대적 분위기와 두 여성의 레즈비언 로맨스를 아름답고 세밀하게 잡아내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4명의 수상자가 모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엠마누엘 루베즈키의 촬영술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함께 극한의 상황에서 예술적 야심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버드맨’이 좁은 공간에서 롱테이크로 인물의 복잡한 심정을 따라간 영화라면, ‘레버넌트’는 드넓은 공간에서 자연광으로 인물의 근원적 생존본능을 그려낸 작품이다. 두 거장은 세가지 촬영원칙을 세웠다.

첫째,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것.

둘째, 인공조명은 사용하지 않을 것.

셋째, ‘버드맨’처럼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롱샷에 도전할 것.

1823년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었던 두 거장은 “좋은 것은 나쁘고, 나쁜 것은 좋다(Good is bad, but bad is good)”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루베즈키는 “빛과 그늘로 가득한, 명암 기법을 이용한 그림처럼 만들어 강렬함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는데, 과연 원시의 질감을 실감나게 살려냈다.

루베즈키가 아카데미에 새로운 역사를 세울지, 아니면 관록의 로버트 리처드슨과 로저 디킨스가 받을지 세계 영화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월 28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엠마누엘 루베즈키. 사진 제공 = AFP/BB NEWS. ‘레버넌트’ 스틸컷]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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