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두산불펜 최상의 기용법과 현실적 어려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불펜은 결국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규시즌 팀 불펜 평균자책점이 5.41로 9위였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부상, 부진 도미노가 이어졌다. 시즌 도중 마무리, 필승계투조의 세부적 역할이 수 차례 조정됐다. 실전서 불안감을 여과 없이 노출했다. 김태형 감독도 부임 1년만에 이 문제를 바로잡는 건 어려움이 있었다. 그나마 야수들이 불펜 약점을 적절히 메워내며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다.

재능 넘치는 야수들 덕분에 불펜 난조로 대패하는 경기 다음에도 승리를 많이 챙겼다. 시즌 막판에는 필승계투조 나름의 체계도 갖췄다. 하지만, 여전히 개개인의 강점과 약점은 뚜렷하다. 수년간 필승계투조로 꾸준히 커리어를 쌓은 투수가 거의 없다. 결국 개개인에 대한 분석이 확실하게 이뤄지는 포스트시즌서 한계를 드러냈다. 준플레이오프를 우여곡절 끝에 버텨냈지만, 플레이오프 2~3차전서 연이어 무너지며 벼랑 끝에 몰렸다.

▲최상의 기용법 있나

현 시점에서 두산 필승계투조는 함덕주와 노경은. 오현택, 진야곱, 윤명준은 상대적으로 더 불안하다. 그런데 2~3차전을 통해서 함덕주와 노경은이 나란히 NC 타자들에게 결정타를 얻어 맞았다. 당연히 마무리 이현승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두산 불펜에 믿고 맡길만한 투수는 사실상 없다. 최상의 기용법도 무의미하다. 2차전서 흔들린 함덕주를 두고 노경은이 좀 더 일찍 올라왔어야 한다는 지적은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2차전서 잘 막아낸 노경은도 3차전서 흔들렸다. 더구나 포스트시즌서는 정규시즌처럼 야수들이 마운드의 약점을 적절히 메우는 게 쉽지 않다.

두산 불펜의 고민은 1~2년의 문제는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이 어떻게 마무리되든 두산은 불펜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구단의 관리 및 육성시스템부터 되짚어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김 감독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승부처에서 함덕주와 노경은을 믿고 내보내는 것이다. 두 사람이 얻어맞아도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고육지책

김 감독은 "4차전서는 (이)현승이를 좀 더 앞으로 당겨볼 생각은 있다. 3이닝 정도를 던지게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고육지책. 김 감독은 5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니퍼트를 4차전으로 앞당겼다. 1차전서 114구로 완봉했던 선발투수를 나흘만에 다시 낸다. 1패만 더하면 시즌이 끝나는 상황서 가장 확실한 카드로 4차전을 버텨낸 뒤 그 다음은 다시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니퍼트는 정규시즌 막판 확실히 살아났다. 이번 포스트시즌서도 위력투를 거듭했다. 하지만, 114구를 던진 뒤 사흘 쉬고 다시 나서면 아무래도 구위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불펜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두산 불펜은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마무리 이현승의 등판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필승계투조 요원보다 마무리 이현승이 구위와 경험 측면에서 앞선다. 어차피 벼랑 끝이니 일반적인 마운드 운영 루틴을 깨겠다는 것. 결국 두산으로선 니퍼트가 최소 5~6이닝을 버텨내고 이현승이 2~3이닝을 던져 마무리하는 게 4차전 최상의 시나리오다. 타선의 도움은 기본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렇게 4차전을 이긴다고 해도 5차전이 또 고민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필승계투조에 대한 믿음이 완벽히 회복되는 건 아니기 때문. 결국 두산 불펜 고민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갈증으로 귀결된다. 이 지점에서 두산의 2016시즌 구상도 시작돼야 한다.

[함덕주(위), 노경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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