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울트라’, 짜릿하고 통쾌한 ‘병맛 커플’의 스파이 혈전[MD리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여자친구 피비(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멋진 프로포즈를 꿈꾸는 편의점 알바생 마이크(제시 아이젠버그). 어느날 의문의 여자가 알 수 없는 암호를 남기고, 갑자기 괴한들이 습격하자 숨어 있던 액션 본능을 발휘한다. 마이크는 기억이 삭제된 채 비밀요원 피비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정체성 혼란에 빠진다. CIA는 마이크를 제거하기 위해 도시를 폐쇄하고 킬러들을 투입한다.

‘아메리칸 울트라’는 ‘본’ 시리즈가 즐겨 사용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테마를 B급 첩보물에 결합시킨 영화다. 총 대신에 숟가락이 위력을 발휘하고, 수류탄 보다 너구리 컵라면이 위협적인 ‘병맛 코드’의 액션이 시종 짜릿하면서도 화끈하게 펼쳐진다.

통조림으로 상대의 머리를 명중시키는가 하면 프라이팬에 총알을 반사키켜 적을 제압하는 등 만화책에서나 등장할 법한 설정을 그럴듯한 액션으로 펼쳐낸다. 쓰레받기, 백열절구 등 마트에 전시된 생활용품을 무기 삼아 총으로 무장한 상대와 맞서는 대목은 이 영화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이크가 후반부에 적과 대치하는 장소는 맥스 마트(Max Mart)다. 그야말로 잠들어 있던 ‘액션 세포’가 최대치(Max)로 분출한다(이 영화의 각본가 이름 역시 맥스 랜디스다. 그는 젊은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했다).

젊은 관객이 이 영화에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킹스맨’처럼 루저가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잉여인간처럼 여기며 편의점 계산대에 앉아 허황된 B급 만화를 그리는 마이크가 적의 위협에 맞서 하나 둘 씩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대목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통쾌함을 안겨준다. 그러나 마이크를 제거하려는 CIA의 상관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강렬하게 부각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메리칸 스파이’는 기억이 삭제된 스파이 마이크가 결국 ‘자아’를 찾고 ‘사랑’을 완성하는 이야기다. ‘병맛 커플’은 온갖 위기 속에서도 장애물을 극복하고 로맨스를 찾아 나선다. ‘아메리칸 울트라’는 곧 ‘아메리칸 로맨스’이기도 하다.

8월 2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사진 제공 = 누리픽처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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