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영동군] 천년 거목 은행나무가 지키는 절, 천태산 영국사

대각국사 의천이 크게 일으킨 천태종 종찰. 바람 좋고 물 좋아 걷기 좋은 산길

산사의 고즈넉한 길을 걷다 보면 주변의 자연경관에 흐트러진 마음이 안온해진다.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한없이 내려놓는 과정 없이 절 마당까지 자동차로 올라간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럼 의미에서 아직 영국사 올라가는 산길이 그대로 남아 있음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언제나 변함없이 길손을 반기는 오래된 나무 한 그루쯤 절 입구에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 영국사는 언제 가더라도 절 마당 아래 쪽 산자락에 무성한 가지를 드리운 채 1000년의 세월을 지켜온 은행나무가 마치 수호신이라도 되는 양 솟아 있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바위가 많아 충북의 설악산으로 불리는 천태산이 품은 영국사는 527년에 원각국사가 창건했다. 고려문종 때 대각국사 의천(1055~1101)이 크게 중창하여 절 이름을 국청사라 했는데 뒤에 다시 공민왕에 의해 영국사로 불리게 되었다. 교선일치의 가르침을 펼친 천태종의 창시자 의천은 문종의 넷째 아들로 불과 11세의 나이에 승려가 되어 송나라에 가서 천태교학을 익히고 돌아왔다. 그는 절에만 머물지 않고 종교적인 가르침과 실천을 넘어 화폐의 사용 등 송나라의 선진문물 등도 적극적으로 도입, 형인 숙종의 개혁정치를 도운 충실한 조력자이기도 했다.

영국사에 있는 중요 문화재로는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533호)을 비롯해 원각국사비와 영국사 부도, 동쪽으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망탑봉 삼층석탑(보물 제535호) 등이다. 눈 밝은 이라면 영국사로 오르는 산길에서 이미 짧은 눈맞춤 한 번쯤 나눴을 법한 흥미로운 탑인데 대개는 이 탑을 못 보고가니 정말 애석한 일이다.

최세은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