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윤계상 "위험 부담? 기회 두고 망설이는 게 잘못"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윤계상을 더 이상 가수 출신 배우, god 멤버로 부르는 건 의미가 없는 듯 하다. 영화 ‘소수의견’ 속 그는 영화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고 관객에 깊은 울림을 안길 수 있는 묵직한 배우가 돼 있었다.

영화 ‘소수의견’은 열여섯 철거민 소년과 스무살 의경, 두 젊은이의 법이 외면한 죽음을 둘러싼 청구액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의 법정 공방을 그린 영화다. 윤계상이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묻는 젊은 변호사 윤진원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녹여냈다.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려졌으며, 영화가 개봉된 후에는 “실화가 아니며 인물은 실존하지 않습니다”라는 오프닝 자막을 넣었음에도 이를 믿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단지 정치적인 잣대로만 영화를 재단했다.

“배우가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건 작품인 것 같아요. 그걸 표현하는 게, 자신의 직업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는 게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고요.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는 게 잘못인 것 같아요.”

위험이 아니라 기회였다는 윤계상 그리고 실화가 아니라는 ‘소수의견’의 뜻과 달리 개봉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배급사가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래도 불안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소수의견’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진행상황을 계속 듣고 있었어요. 더 좋은 타이밍에 개봉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 때문에 개봉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죠. 가편집본을 봤는데, 당연히 개봉하겠구나 싶었죠. (완성본이 아니었지만) 그 때도 완성도가 있었어요. 저희는 계속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 잠깐잠깐 잊을 수 있었죠. 아마 감독님께서 제일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렇게 2년 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자신의 모습은 현재의 윤계상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됐다. 2년 전 그는 영화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열정이 보이더라고요. 그 때의 모습이 기억나고 좋았어요. 처음에는 진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개봉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났지만 조금 지나서는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죠. 연기가 안 좋아 보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배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잖아요. 그런데 2년 전에 찍은 작품이었으니 걱정이 됐죠.”

이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치열하게 노력했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회적 메시지도 오롯이 녹아 있었다. 정치적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걸 두려워했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소수의견’ 속 윤계상은 윤진원이 돼 관객들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졌다.

“너무 씁쓸해요. 사실 전체 내용은 거짓말이지만 안의 장치들은 다 사실이에요. 그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존재하고, 권력이 있는 자가 조금이라도 악한 생각을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이죠. (영화 속 이야기들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또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배우 윤계상의 꿈은 소박하지만 또 이루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소수의견’이 관객들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영화가 되길,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

“이 영화가 오래 살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제인데,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대중분들이 지쳐 있는 것 같기도 해요. 현실에 염증이 나 있는데 저희가 긁는 것 같기도 하고, 복합적 생각이 들어요.”

[배우 윤계상.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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