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김현숙으로 살았던 3개월(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배우 채시라가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제작 IOK미디어)에서 김현숙 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극과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채시라에게 있어서 이번 작품은 파격에 가까운 연기 변신이었다. 전작인 '다섯손가락'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과 달리 사고 뭉치에 빈틈이 많고 소탈하며 정도 많았다.

채시라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종방연 가서 모두 TV로 마지막 회를 지켜봤다. 대사는 안 들렸지만 참 좋았다"며 "좋은 드라마였다. 소위 말하는 막장이 난무하지 않았다. 보면서도 힐링이 되는 드라마였다고 하더라. 현숙이도 기존 제가 보여드린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아마 보시는 분들도 신선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채시라와 나눈 일문 일답.

- 김현숙 캐릭터를 위해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줬던데?

처음 시놉시스에는 패션과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다고 돼 있었다. 고등학교도 졸업을 못한 상태에서 약간의 허영이 있는 인물이었다. 원래는 자기 자신을 치장하는 것에 쏟아붓는 여자였는데, 감독님이 메이크업도 안 하고 현실적으로 돈도 없은 사람이 뭘 꾸미고 그러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머리도 생머리를 생각했다고 생활감 있게 파마를 한 거다. 메이크업도 눈썹 정도만 강조하고 나머지는 안 했다. 그래서 더 말라보이고 화사한 부분이 없더라. 현실감 가득한 현숙이가 느껴지더라. 나말년(서이숙) 선생과 함께 만날 때 풀메이크업을 했는데, 재조가 확실했다.

- 이번 작품에서 연기할 걸 보니 제대로 작정한 것 같더라. 대체 2년 반이라는 공백기간을 어떻게 참았나?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봤다. 정말 미치겠더라. 재밌었다. 캐릭터 자체가 팔딱팔딱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앗다. 읽으면서 캐릭터에 대한 그림이 그려졌다. 촬영 전날까지도 기대감을 갖고 준비했다. 막상 촬영하니 생각보다 액션이 많이 가미되더라. 사실 현대물 액션도 해보고 싶었는데,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는 액션이라고 생각도 못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스태프들도 다들 놀라워 하더라. 정말 재밌게 찍었다.

- 체력적 부담도 상당했을텐데, 관리 방법이 있나?

그냥 끼니를 챙겨 먹는 게 방법이다. 저는 건강과 체력을 위해 절대 굶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새벽에 나가더라도 꼭 김밥은 챙겨 먹는다. 간식도 먹는다. 틈틈이 잠도 잔다. 촬영이 없는 시간에는 자려고 노력한다. 운동은 따로 안 하는데, 매일 둘째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면서 혼자오는데, 그걸 1년 넘게 하다보니 도움이 된 것 같다. 평소에는 왠만하면 걸어다니려고 노력한다.

-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너무 많다. 도박판에서 장땡 하고 통쾌하게 웃는 장면을 고속 촬영했는데, 다시 돌려보니 정말 깔깔대고 웃고 있더라. 내가 봐도 시원하고 통쾌했다. 그 어떤 것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 완전 반전으로 도망치는 모습도 기억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감정신이 있었는데, 그걸 찍고 났을 때의 후련함과 시원함, 마치 하나 하나 산을 넘는 듯한 느낌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 김혜자와의 연기는 어땠나?

제가 바라던 바였다. 엄마(김혜자)하고 호흡 맞추면서 '시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게 벌써 끝이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로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아 아쉬워했다. 많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엄마와 딸로 연기하면서 소소한 대화도 많이 나눴다. 정말 친해진 느낌이다. 실제 엄마와 딸처럼 지낸 것 같다. 현장에서도 선생님이라고 부른 적 없다. 그러게 부르다보니 진짜 딸처럼 느껴졌다.

- 장미희와의 호흡은?

정말 환상이었다. 초반에 무덤가에서 장미희 선배님과 함께 하는 촬영이 있었는데, 처음인데도 좋았다. 선배님과는 3, 4번 정도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은 있었는데, 그때도 인사할 때마다 좋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작품 같이 한다고 했을 때도 정말 내가 연기하고 싶었던 두 분과 같이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 마음에 흔쾌히 하기로 한 것이다.

- 이하나와는 어땠나?

이하나는 실제 제 딸과 키가 비슷하다. 그래서 늘 보던 눈높이여서 그런지 진짜 딸 같더라. 덩치도 비슷하고, 엉덩이와 등짝 토닥거리는 느낌도 비슷하더라. 내가 하나를 딸로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보니 하나 역시 좋아하는 것 같았다. 또 얘기를 나누다보니 딸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 괴리감이 없었다. 언니 같은 엄마로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

- 서이숙과의 호흡을 안 물어볼 수 없다

드라마 '인수대비' 때 함께 호흡을 맞췄었다. 그때는 사실 지금처럼 많이 부딪히지는 않았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이었는데, 실제로는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많아서 눈만 마주쳐도 좋았다. 굉장히 재밌게 작업했다. 그리고 처음에야 심각한 대립이었지만, 나중에는 애증도 생기는 관계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만나고 싶은 배우다. 우리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24부작이 참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전원일기'처럼 한참 동안 같이 갈 수 있는 소재를 가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저런 모습도 있네? 저런 매력이 있었어? 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번에 김현숙을 통해서 2년 3개월만에 인사를 드렸는데, 만약 다시 김현숙을 연기한다고 해도 아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도전하고 새로운 보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첩보물이나 액션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이번에 영화 '매드 맥스'의 샤를리즈 테론처럼 삭발도 할 수 있다. 배우니까 할 수 있는 거다.

[배우 채시라. 사진 = 꿀단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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