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많은 두산 1루, 김재환은 버텨낼 수 있을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재환이가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올 시즌 두산 주전 1루수는 김재환. 김태형 감독은 애리조나,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며 김재환에게 주전 1루수를 맡기기로 결심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포수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1루로 전향한 김재환으로선 새로운 야구가 시작됐다. 김 감독은 김재환이 수비 부담을 갖지 말고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리길 기대했다. 파워가 좋은 타자이니 풀타임으로 출전하면 15~20홈런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단박에 새 포지션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범경기 때 좋았던 타격 페이스가 개막 이후 완만하게 꺾였다. 믿고 지켜봤던 김 감독도 김재환을 2군에 보냈다. 조정기를 마치고 돌아온 김재환은 타격감을 다시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번엔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김 감독은 "재환이가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1루수비 경쟁력

왼손 강타자가 즐비한 현대야구. 1루 수비는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강습타구 캐치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순발력과 스피드가 있어야 한다. 또한, 2루수, 투수, 외야수와의 연계 플레이도 중요하다. 1루 방면으로 애매한 타구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

김 감독은 "재환이가 체격에 비해 운동신경이 좋다. 발도 빠르고 순발력이 좋다"라고 했다. 실제 자신의 양 옆으로 흐르는 빠른 타구를 기가 막히게 캐치, 투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포수 출신의 강점을 발휘, 수준급 포구능력도 발휘했다.

하지만, 전문 1루수가 아니다. 훈련 기간이 짧았다. 최근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약점이 실전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났다. 17일 광주 KIA전 3-3이던 9회말 1사 상황. 김원섭이 1,2간으로 애매한 타구를 날렸다. 김재환이 1루 베이스를 비우고 타구에 대시한 건 좋았다. 그러나 불규칙 바운드에 옳게 대처하지 못하고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결국 김원섭은 홈을 밟아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20일 잠실 삼성전 0-0이던 3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선 유네스키 마야가 2루로 도루하는 1루 주자 박해민을 눈치챘다. 김재환은 견제구를 받았으나 미트에서 공을 빼내는 과정에서 한 차례 주춤, 결국 도루를 내줬다. 4-21로 뒤진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구자욱의 타구를 잡은 유격수 김재호의 1루 원 바운드 송구가 다소 빗나갔다. 김재호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김재환이 충분히 걷어낼 수도 있었다. 김 감독도 "애매한 타구가 나올 때 자신이 대시해야 하는지, 물러나야 하는지 파악하는 게 약간 늦다. 계속 연습을 하고 있는데 연습보다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라고 했다.

▲복잡한 변수

김 감독은 1루 수비에 약간의 부담을 가진 김재환을 21일 잠실 삼성전서는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진호를 좌익수로 쓰고 김현수를 1루로 돌릴 수도 있다"라고 했다. 실제 그렇게 기용했다. 홍성흔이 돌아올 때까진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붙박이 지명타자 홍성흔이 돌아오면 김재환은 1루 수비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주전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더구나 김재환은 아직 만 27세. 장기적으로 봐도 확실한 자신의 포지션을 구축하는 게 롱런의 지름길이다. 실전서 약점과 부담감을 극복해야 경쟁력이 올라간다. 김 감독도 "재환이가 수비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성흔이가 돌아와도 지명타자로 성흔이와 재환이가 번갈아 출전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재환이 수비에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선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현수 1루수 옵션은 대안 중 하나.

또 하나의 변수는 두산이 접촉 중인 잭 루츠의 대체 외국인타자 영입. 김 감독은 "포지션에 상관 없이 타격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후보군으로 압축했다"라고 했다. 만약 새 외국인타자의 주 포지션이 1루수일 경우 김재환은 주전에서 밀려날 수 있다. 새 외국인타자가 외야수일 경우 김현수가 1루로 완전히 이동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현 시점에선 김재환이 두산 주전 1루수를 계속 맡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두산으로선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한 김재환이 버텨내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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