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ML 첫 홈런' 강정호, 1982년 이후 나온 첫 기록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강정호와 같은 상황에서 홈런을 때린 피츠버그 타자는 언제 있었을까. 정답은 KBO리그 출범하던 때인 1982년이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 9회 네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때렸다.

강정호는 선발로 나섰을 때 인상적인 모습을 여러차례 남겼다. 4월 22일 시카고 컵스전 4타수 2안타 3타점을 시작으로 4월 30일 컵스전 4타수 3안타까지 최근 선발 출장 3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다.

상대 선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날 세인트루이스에서는 1991년생 우완투수 마이클 와카가 나섰다. 올시즌 4경기에 나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42를 기록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도 1.04에 불과했다.

강정호는 이에 개의치 않았다. 첫 두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났지만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세 번째 타석에서 93마일(약 150km)짜리 패스트볼을 때려 깨끗한 좌전안타를 날렸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네 번째 타석은 9회초 돌아왔다. 여전히 팀은 0-1로 뒤져 있는 상황. 만약 경기가 그대로 마무리된다면 피츠버그는 3일 연속 1점차로 패할 위기였다.

상대 투수는 마무리인 트레버 로젠탈. 지난해 45세이브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한 로젠탈은 올시즌 한층 더 안정된 투구를 펼치고 있었다. 11경기에 나서 8세이브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 중이었다. 내셔널리그 이 부문 공동 2위. 블론 세이브 역시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블론 세이브 0' 행진을 강정호가 깨뜨렸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정호는 9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로젠탈의 82마일(약 132km)짜리 초구 커브를 때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15경기, 34타석만에 나온 마수걸이 홈런포였다.

0-1에서 나온 동점 솔로홈런. 8회까지 투수전으로 진행됐다는 뜻이기에 쉽사리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랬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에 의하면 피츠버그 선수 중 팀이 0-1로 뒤진 9회초 공격에서 동점 홈런을 날린 경우는 무려 33년 전에 있었다.

1982년 브라이언 하퍼가 마지막이었다. 하퍼는 1982년 8월 31일 잭머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경기에 9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동점 솔로홈런을 날렸다. 그 이후 피츠버그에서 이와 같은 상황 속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날린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든 선수를 통틀어도 쉽게 나올 수 없었던 홈런. 강정호는 이렇듯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했다.

[강정호. 사진=AFPBBNEWS]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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