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5푼'에 드러나지 않는 한화 송주호의 진짜 가치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1년 내내 1군에서 버티는 게 목표입니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송주호는 떠오르는 히트상품이다. 안정적인 수비로 자신의 가치를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송주호의 올 시즌 타격 성적은 21경기 20타수 1안타(타율 0.050) 1타점이 전부다. 출루율도 1할 3푼 6리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부터 66경기 통산 타율도 1할 1푼(73타수 8안타), 3타점이 전부다.

하지만 올 시즌 22경기 중 21경기에 나섰다. 지난 2시즌 출전 경기 수(45경기)의 절반에 가깝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 5경기 모두 송주호를 선발 좌익수로 내보냈다. 외야 수비에서 그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참 선수들도 "타격이 안 된다고 기죽지 말라"고 송주호를 격려하고 있다. 강점인 수비에서 확실히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게 돕는 셈이다.

최근 5경기에서 한화는 송주호(좌익수)-이용규(중견수)-김경언(우익수)으로 외야를 꾸렸다. 이용규는 국가대표 외야수로 검증을 마쳤고, 김경언도 스프링캠프를 통해 수비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김 감독도 "김경언이 수비와 송구도 좋아졌다"며 만족해했다.

남은 한 자리는 좌익수. 일발 장타를 갖춘 이성열과 송주호가 번갈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5경기를 통해 송주호가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그리고 지난 24일~26일 대전 SK 3연전 시리즈 스윕에 일조했다. 송주호의 안정적인 수비가 밑바탕이 됐다. "SK에 빠른 선수들이 많아 한 베이스를 더 주면 안 된다. 안타 하나보다 수비 하나가 중요하다. 송주호가 잘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주호는 "선발 출전하는 자체로 감사하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부분이 타격보다 수비인 만큼 잘하려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송주호는 이성열(75이닝)팀 내 좌익수 중 2번째로 많은 59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좌익수로 출전한 경기는 17경기로 팀 내 외야수 가운데 가장 많다. 아웃카운트 16개를 잡아내면서 실책은 하나도 없었다. 중견수로도 한 경기에 나서 4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특히 3연전 마지막 날인 26일 경기가 인상적이었다. 송주호의 수비가 한화 승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3 역전을 허용한 5회초 2사 1루서 정상호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에 기대 잡아냈다. 6회초에는 선두타자 박재상의 안타성 타구를 기막힌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타구는 전력으로 달린 송주호의 글러브를 외면하지 않았다. 투수 박정진도 송주호의 호수비에 힘을 얻어 2⅓이닝을 퍼펙트로 봉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7회초에도 SK 이명기와 김성현의 잘 맞은 타구를 문제없이 글러브에 넣었다. 라인드라이브성 빠른 타구였는데 송주호가 처리하기엔 문제없었다. 그만큼 타구 판단을 잘한 덕택이다.

송주호는 빠른 발과 타구 판단력, 강한 어깨까지 좋은 외야수로 성장할 요건을 모두 갖췄다. 일본프로야구 대표 '짐승 외야수'로 꼽히는 야마토(한신 타이거즈), 오카다 요시후미(지바 롯데 마린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감이 돋보인다. 스프링캠프 초반에는 추운 날씨 탓에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이 또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였다.

2012년부터 2013시즌 중반까지 고양 원더스에서 김 감독과 함께했다. 지난 2009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이듬해 방출의 아픔을 겪었고, 원더스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다. 그리고 2013년 5월 25일 한화와 계약,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 해 28경기에 나섰으나 손가락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쳤고, 지난해에는 17경기에만 나섰다. 올해는 다르다. 삼성 입단 첫해 이후 처음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큰 원을 만들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아냈다. 시작은 작은 점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

송주호는 26일 통화에서 "많은 훈련량을 통해 수비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펑고도 많이 받았고, 홍백전을 통해 실전 분위기를 익혔다.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수비에서 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집중하고 있다. 가끔 나오다 보니 타격 타이밍이 잘 안 맞았는데, 공을 보니까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년 내내 1군에서 버티겠다"고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한화 이글스 송주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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