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웹툰과 열애중③] '냄보소' 만취 "원작·드라마의 싱크? 완벽할 필요 없다"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독특한 소재다.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웹툰 속 세상은 흥미를 자극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현재 SBS를 통해 방송중인 ‘냄새를 보는 소녀’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전형적인 예다.

올레마켓을 통해 연재중인 ‘냄새를 보는 소녀’는 ‘맡는 냄새’가 아닌 ‘보는 냄새’가 소재다. 원작자인 만취 작가는 상상력 넘치는 소재와 스피디한 연출로 인정을 받는 웹툰 작가다. 그런 점에서 ‘냄새를 보는 소녀’는 드라마화에 있어 안성맞춤이었다.

대부분의 원작자들은 원작 훼손의 최소화를 원한다. 작품 속 분위기나 자신이 만든 세계가 드라마로 완성되길 원한다. 서로의 세계관이 다르다면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만취 작가는 자신의 웹툰이 드라마로 옮겨졌을 때 거의 관여를 하지 않았다. 냄새를 보는 소녀와 형사가 등장하는 것을 중심으로 많은 부분이 변형됐다.

“솔직히 여자 주인공이 개그우먼 지망생이라고 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분들(드라마 제작진)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작진에서 설계도를 짜 놨는데, 제가 이런 저런 관여를 하면 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존중을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냄새를 보는 소녀’는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작품이다. 만취 작가는 드라마 제의를 받았을 때 판권 계약을 해도 방송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걱정이 된다거나, 들뜬 기분보다는 궁금했다. 연출은 누가 할지, 가장 큰 부분인 냄새 부분의 CG는 어떻게 될지 말이다.

“제가 딱히 주장하거나 요구한 부분은 없어요. 원작의 매력 포인트를 잘 알고 계셨어요. 냄새가 날리는 CG모양이나 추리를 하는 모습이 좋다고 했었어요.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잘 살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제 생각을 말하면, 오히려 제작진을 힘들어 질것 같았어요. 냄새를 보는 것이라는 본질이 있으니까요.”

사실 ‘냄새를 보는 소녀’ 원작은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고 진지한 분위가 작품을 지배한다. 드라마로 옮겨지면서 로맨스가 가미됐고, 개그우먼 지망생이라는 오초림으로 유쾌해졌다. 이런 부분을 원작의 팬들이 아쉬워하지도 하지만 만취 작가는 좋은 방향으로 변화됐다는 생각이다.

현재 ‘냄새를 보는 소녀’는 연재가 진행중이다. 조향사와 윤새아의 대결을 담은 ‘청계천 악취 소동’이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 드라마 속 주된 배경이 되는 바코드 연쇄 살인사건은 웹툰의 ‘콜렉터’ 에피소드를 변형 한 것이다. 이렇듯 원작과 드라마는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만취 작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드라마가 제 웹툰보다 먼저 끝나겠죠. 그렇다고 영향을 받는 것은 없어요. 내용면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결말에 있어서 의식되는 부분은 없어요.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바꿔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같은 소재인데 제가 보고 배울것도 있어요. 부담이라면 작업하는게 힘들죠. 드라마가 시작하면서 작업거리가 더 생겼으니까요.”

만취 작가와의 대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픈 마인드’였다. 웹툰으로 표현했을 때 매력적인 부분과 드라마에서 품고 갈수 있는 매력을 정확하게 알고 차이점을 인정하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의 싱크로율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을 그대로의 싱크를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웹툰과 드라마의 싱크로 율이 100%로 맞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매치가 되느냐가 중요하죠. 신세경 씨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에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잘 어울려요. 박유천 씨는 원작과 굉장히 비슷해요. 무감각이라는 설정을 보태주면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됐죠. 드라마 안에서 어울리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로 방송 중인 ‘냄새를 보는 소녀’는 영화 판권 계약도 마친 상태다.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빠르게 계약이 성사됐고, 일사천리로 방송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빠른 진행은 그만큼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만취 작가는 자신의 작품의 강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냄새를 시각적으로 표현을 했다는 것을 높게 생각한 것 같아요. 냄새가 모양별로 다르게 화면에 펼쳐지는 장면을 보고 느낌이 좋았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추리를 해 나가는 사건의 디테일이 좋았다고 했고요. 냄새를 보면서 수사를 해 가는 독특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만취 작가는 각색 작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굉장히 재밌는 창작”이라며 “제가 드라마 작가는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웹툰을 조각을 내서 재조합한다는 것은 재밌는 작업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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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작가(위), '냄새를 보는 소녀' 이미지. 사진 = 올레 마켓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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