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뮤직뱅크, 아이돌 미끼로 언론사 상대 ‘갑의 횡포’

[마이데일리 = 곽명동기자]KBS 뮤직뱅크가 언론사 줄세우기를 시도하다 비난에 직면했다. 뮤직뱅크는 공영방송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고 엑소, 미쓰에이 등 ‘아이돌 가수 인터뷰 기회’를 흔들며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쓸 것을 요구했다. KBS 담당기자들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편히 쉬시는데 진심 죄송과 양해를 구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메일로 뮤뱅 하노이 관련 큐시트, 공연장&가수 사진, 김호상 부장님 소감을 보내드렸습니다. 내일 기사로 도와주시는 분 중 한 분의 기자분께 뮤뱅 출연 가수 인터뷰와 제작진 인터뷰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더 큰 걸로 부탁드리고 싶었으나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그럼 꼭 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뜻이 내포돼있다.

‘보도자료를 기사로 써라. 안 써줄거라고? 그럼 아이돌 가수 인터뷰 할 생각 하지마. 썼다고 해도 모든 매체가 인터뷰할 수 있다는 생각도 접어둬. 우리가 매체를 고를 거니까.’

고약하다. 대가를 빌미로 한 전형적인 청탁인데, 표현은 존대말로 예의를 갖춘 듯 하지만 실제로는 갑질의 칼날을 벼르는 내용이다. “기사로 도와주시는 분 중 한 분의 기자분께 뮤뱅 출연 가수 인터뷰와 제작진 인터뷰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갑질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예를 들면, 10개의 매체가 썼다고 치자. 이 중에서 5개를 고르겠다는 것이다(몇 개 매체를 고를지는 그들만이 안다).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1박 2일’처럼 KBS 로비에 기자들 모아놓고 ‘까나리액젓’이 섞인 커피를 먹여 복불복으로 뽑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제비뽑기로 선정하겠다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동안 KBS 보도자료를 가장 많이 써준 매체 순으로 아이돌 가수 ‘알현’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가.

KBS 홍보실은 과거 군사정권이 언론을 다루던 행패를 고스란히 반복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공영방송 홍보실이 갑의 횡포를 부리고, 언론사 줄세우기를 시도할 수 있는가. 언론사 줄세우기를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공영방송의 위상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일이다. KBS는 명확한 해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해야한다. 그것은 공영방송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