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즈', 어쩌다 2개월만에 폐지됐나?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염소가 사람의 소금 묻은 발바닥을 핥게 하는 벌칙. 이 모습을 웃고 즐기는 다른 출연자들. MBC '일밤-애니멀즈'가 왜 폐지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애니멀즈'는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 단 2개월 만에 폐지됐다. 동물과의 교감에 실패하며 프로그램도 실패했다. 염소, 돼지, 양, 당나귀, 타조부터 강아지까지 다양한 동물이 등장했지만 제작진이 출연자들과 동물들을 어떻게 교감하게 할지 진지한 고민은 느껴지진 못했다.

'OK목장' 코너는 여러 동물들과 출연자들이 한 공간에 함께 생활하는 콘셉트였다. 이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줬는데, 아무래도 다양한 동물들이 한 데 모여 있다 보니 융화가 결코 쉽지는 않았다. 촬영 때만 짧게 동거하는 것도 이들이 가까워지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동물들을 통제하는 것도 어려웠다. 마지막회에선 봄맞이 운동회에 나섰으나 동물들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아 애먹었다.

특히 염소가 출연자들 발바닥을 핥게 한 벌칙은 시청에 불편함을 줄 정도였다.

당시 방송에선 출연자들이 염소의 방한 의상을 만들고, 제작진 투표로 윤도현, 김준현이 각각 3, 4위로 집계돼 벌칙이 주어졌다.

그런데 벌칙이란 게 이들의 맨발에 소금을 바르고 염소가 핥게 하는 내용이었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로마시대 고문법'이라면서 "초식동물 염소는 염분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염분 섭취가 필수적", "염소에게 염분을 보충해주는 벌칙" 등의 내용을 내보냈다.

윤도현과 김준현은 염소가 발을 핥자 비명을 질렀고, 이들의 모습 위로 '충격적인 행복', '이분도 행복함', '극도의 흥분' 등의 자막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벌칙을 받은 후 "진짜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예능적 설정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가학적인 느낌이 강했다. 발을 핥게 하는 비위생적인 상황도 동물과의 교감을 내세운 프로그램 취지에 적합하지 못했다. 염소에게 염분을 보충해주려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발바닥을 핥게 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 코너는 초반에 아이들과 강아지가 쉽게 친해지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할 서장훈, 돈스파이크, 강남부터 이들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였던 것도 문제였다. 결국 세 출연자가 먼저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데 초반 분량이 집중되며, 전작인 '아빠! 어디가?'와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동시간대에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빠! 어디가?'와 유사한 분위기로는 시청자들을 끌어오기 역부족이었다. SBS 'K팝스타4'만큼의 긴장감도 줄 수 없어 여러모로 부진을 거듭했던 '애니멀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이 1회 때 4.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자체 최저 시청률이 마지막 10회 때 2.5%였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마이데일리 사진DB]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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