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대폭발' 모건은 이미 준비된 타자였다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였다. 결국 첫날부터 좋은 쪽으로 폭발했다.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은 이미 준비된 타자였다.

모건은 전날(28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시범경기에 단 한 번도 나서지 않았던 그가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는 물론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린 것. 그리고 5연타석 출루, 4연타수 안타를 비롯해 5타수 4안타 2득점 1도루 맹활약으로 존재감을 입증했다. 4안타 중 2루타가 2개였고, 전력 질주로 만들어낸 내야안타도 있었다.

비록 팀은 연장 12회 혈투 끝에 4-5로 패했지만 모건의 활약까지 상쇄하진 못했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타자라 이날 맹활약이 더욱 주목받은 것. 특히 안타 하나하나마다 선보인 'T 세리머니'도 시선을 끌 만했다. 이는 모건이 "또 다른 나의 자아"라고 설명한 '토니 플러시(Tony Plush)'를 형상화한 세리머니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열정과 쇼맨십까지 그야말로 보여줄 건 다 보여준 모건이다. 단순히 한 경기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모건은 겨우내 1군보다 2군 캠프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 지난 1월 25일 고치 캠프에 합류한 지 8일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고, 2월 20일 1군 선수단의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에 합류했으나 나흘 만인 25일 다시 2군행 명령이 떨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모건이 혹독한 훈련을 소화할 만한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기다렸다. 고치 1차 캠프 당시 오키나와에서 재활 중이던 주축 선수들에 대해서도 "완전히 만들어지면 부르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모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뛰던 지난해 5월 17일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애리조나에서 재활에 몰두했다. 그런데 떨어진 실전 감각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정훈 한화 2군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수들은 프로그램에 따른 체계적인 재활보다는 본인이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모건도 몸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일단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2군에서 모건을 전담 마크하며 원포인트 레슨을 실시했다. 모건이 2군 생활에 지치지 않도록 최대한 동기를 부여했다. 모건도 이 감독을 '영혼의 형제'라 부를 정도로 잘 따랐다. 이 감독은 "최대한 재미있게 훈련했다. 직구와 변화구 다 던져 주면서 실전처럼 했다. 본인도 잘 따라왔다. 열심히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도 기다렸다.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꾸준히 이 감독과 연락하며 모건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이제 됐다'는 판단이 서자 합류를 결정했다. 이 감독은 모건의 1군 합류 당일인 25일 "2군 연습경기에서 잘했을 때도 연습 더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김성근) 감독님께서도 꾸준히 모건의 상태를 체크하셨다. 모건이 처음 고치에서 서산으로 넘어왔을 때 몸 상태는 50~60%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90% 이상이다"고 말했다.

땀흘린 결과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막전 한 경기 4안타는 2005년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제이 데이비스(당시 한화)가 기록한 이후 처음. 타석에서 서두르지 않았고, 떨어지는 변화구도 잘 참아냈다. 몸쪽 공을 당겨치는 능력과 타구판단 능력도 탁월했다. 동료들의 파이팅을 이끌어내는 쇼맨십도 박수받기 충분했다.

모건이 지난 1월 인터뷰에서 한 말이 있다. "한 시즌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라고. "스프링캠프에서 얼마나 잘했는지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 시즌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천천히 끌어올리면서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개인 기록보다는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전날 경기를 마치고 "다들 열심히 했는데 졌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오늘은 졌지만 내일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준비하겠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자신의 KBO리그 1군 데뷔전, 올 시즌 개막전부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모건은 큰 원을 그리고 있었다. 시작은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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