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포수 지성준의 좌충우돌 첫 선발 출전기

[마이데일리 = 일본 오키나와 강산 기자] "비가 계속 오네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 야에세정 고친다구장. 한화 이글스 포수 지성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무척 야속한 듯했다. 당연히 그럴 만했다. 지성준은 이날 열린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출전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7번 타자 포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몇몇 선수는 연습복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지성준을 보고는 "선발 나간다고 긴장했네"라며 웃으면서도 "잘하라"는 격려를 잊지 않았다. 비록 시범경기도 아닌 연습경기지만 지성준 본인에겐 무척 의미가 컸다. 현재 오키나와에 남아 있는 한화 포수는 지성준과 조인성, 그리고 합류한 지 이틀 된 이희근이 전부다.

지성준은 지난해 11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는 물론 고치 1차 스프링캠프, 그리고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까지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1차 캠프에서는 조인성, 정범모, 박노민까지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혹독한 훈련을 모두 이겨냈고, 결국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초 LG 공격 1사 1, 2루 상황에서 더블스틸을 잡아내기 위해 3루로 송구했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외야로 빠져나갔다. 결국 한화는 시작부터 2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강점으로 꼽히는 타격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팀이 0-2로 뒤진 2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우전 적시타로 2루 주자 송광민을 홈에 불러들였다. 3-5로 역전을 허용한 6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는 LG 장진용을 상대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터트렸고, 8회말에도 중전 안타를 때렸다. 4타수 3안타 2타점 맹활약이었다.

수비에서는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먼저 더블스틸 포함 5차례 도루를 허용한 건 숙제다. 7회초에는 LG 문선재에 2루와 3루 도루를 연거푸 내줬다. 하지만 3회 최승준의 도루를 잡아냈고, 상대 주자를 2차례나 홈에서 태그아웃 처리했다. 중계플레이도 깔끔했지만 지성준이 정확히 공을 잡아 태그하지 못했다면 2명의 주자를 살려줄 수도 있었다. 한화 핵심 투수인 쉐인 유먼과 안영명, 최영환, 권혁, 윤규진과 실전서 호흡을 맞춘 것도 큰 경험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조인성보다 낫더라"라고 운을 뗐다. 아직 1군 경험이 전혀 없는 지성준과 1군에서 1750경기를 뛴 18년차 베테랑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따르지만 김 감독의 말은 기존 포수들을 긴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김 감독은 "1회에 3루 송구할 때 팔 스윙은 엉뚱했지만 방망이가 좋다고 봤는데 잘 친다"며 "고치 캠프 때부터 괜찮다고 봤는데 쓸 틈이 없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갈수록 차분해지더라. 오늘 도루 내준 건 투수들 잘못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회에 3루에만 제대로 던져줬다면 문제 없었을 것이다"는 냉정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어찌 됐든 지성준의 첫 실전 무대 선발 출전은 본인에게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경험이다. 특히 교체 없이 한 경기를 온전히 소화했다는 게 의미가 크다. 지성준이 이날 경기를 발판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지성준은 "조인성 선배님께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며 "물어보지 않아도 직접 가르쳐주시고, 모르면 내가 물어보기도 한다. 나는 계속 배워야 한다"고 겸손해했다.

[한화 이글스 지성준.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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