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 결산③] 2002세대 차두리가 남긴 마지막 유산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안경남 기자] 2002세대의 마지막 멤버인 차두리(35·서울)가 자신의 은퇴무대가 된 아시안컵에서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차두리는 31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의 2015 아시안컵 결승전서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비록 결과는 슬픈 새드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그는 마지막은 아름다웠다.

은퇴를 외치고 시작한 대회였다. 차두리는 애초 작년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려 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요청으로 이번 대회까지 뛰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그라운드에 선 차두리는 팀 내 최고령임에도 전성기 못 지 않은 실력으로 화제를 낳았다. 쿠웨이트전 날카로운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 도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차두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선 70m를 질주해 수비수 가랑이 사이로 볼을 뺀 뒤 손흥민에게 완벽한 추가골 찬스를 제공했다.

결승전에서도 차두리의 활약은 변함이 없었다. 계속된 강행군으로 지칠 법 했지만 차두리는 공격과 수비에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 관중석에도 차두리를 연호하는 응원단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차두리는 이날 전후반 90분을 지나 연장전까지 120분 풀타임을 뛰며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불태웠다. 비록 호주에 석패하며 아시아 정상에 서겠단 목표는 좌절됐지만, 그는 후배들에게 잃어버렸던 ‘투혼’을 되살려줬다.

차두리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같은 경기가 결국에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마크를 달고,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정신자세인 것 같다. 매번 이렇게 해야 팬들도 감동하고 설령 지더라도 응원을 받을 수 있다. 그냥 한 경기 하고 돌아간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지난여름에 있었던 일이 반복될 것이다. 후배들이 그것을 깨닫고 항상 경기장에 나갈 때는 오늘 같은 경기를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나왔으면 한다. 그렇다면 대표팀도 조금 더 앞으로 나갈 것이다”

차두리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남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라는 것이다. 차두리만큼 경기장 안에서 투혼을 불사른 선수도 없다. 오랫동안 그가 팬들의 사랑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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