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 결산②] '92라인' 손흥민·김진수 시대의 도래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안경남 기자] 한국 축구가 새로운 세대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1992년생 ‘절친’ 손흥민(23·레버쿠젠)과 김진수(23·호펜하임)의 시대가 도래했다.

슈틸리케호가 아시안컵에서 얻은 가장 값진 수확 중 하나는 손흥민과 김진수의 환상 케미였다. 둘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서 활약하는 공통점도 있다. 17세 이하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발을 맞춰 온 손흥민과 김진수는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향후 10년 한국 축구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과 김진수는 공격과 수비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주로 왼쪽에서 뛰는 손흥민과 왼쪽 수비수 김진수는 마치, 한국 축구의 지난 시대를 이끈 박지성과 이영표를 연상케 했다. 비단 포지션과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둘이 만든 스토리도 선배들과 묘하게 겹치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은 둘의 케미가 폭발한 하이라이트였다. 김진수가 상대 볼을 가로채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손흥민이 골문 앞에서 방향을 바꿔 득점에 성공했다. 둘은 골을 넣은 뒤 서로 얼굴을 맞댄 채 골 뒤풀이로 승리를 자축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손흥민과 김진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비록 결승에서 호주에 아쉽게 패하며 둘의 질주는 멈췄다. ‘울보’ 손흥민은 4년 전처럼 또 다시 눈물을 펑펑 흘렸고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김진수도 땅을 치며 하염없이 울었다. 둘은 경기 후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누가 둘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그들이 없다면 27년 만의 준우승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흥민과 김진수 덕분에 팬들은 한국 축구의 또 다른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즐거웠던 1월이다.

둘은 대표팀의 막내다. 아직도 미래가 창창하다. 그럼에도 월드컵, 아시안컵 등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래가 없는 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다. 하지만 한국은 손흥민과 김진수라는 빛나는 미래를 수확했다. ‘92라인’의 시대가 도래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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