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이 말한다, '토니 플러시'와 'T-세리머니' [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일본 고치 강산 기자] "엔터테이너, 큰 무대(Big stage), 그리고 Everybody watching you(모두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한화 이글스 새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입국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다름 아닌 '악동 이미지' 때문이었다. 화려한 경력을 지녔으나 메이저리그 시절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이 오히려 더 주목받았다. 많은 이들은 모건이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첫 만남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무척 예의 바르고 유쾌한 선수였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이만한 선수가 또 있나 싶었다. 김성근 감독도 "모건이 활발하더라. 우리 팀엔 분위기 메이커가 필요하다"며 칭찬했다. 한화의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26일 일본 고치의 선수단 숙소에서 모건을 만났다.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90도로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25일 밤 선수단에 합류한 모건은 김 감독을 보자마자 90도로 인사하며 두 손으로 악수했다. 김 감독도 환하게 웃었다. 다음날인 26일 김 감독은 "모건이 외국인 선수 셋 중에 인사 제일 잘하더라고"라며 껄껄 웃었다.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뛰면서 확고한 위계질서 속 공동체를 중시하는 동양식 예절을 제대로 배운 것. 스스로도 "일본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에서 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팬들이 아직도 그를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훈련 첫날인 26일 오전에도 친화력을 발휘한 모건이다. '캡틴' 김태균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훈련 전 분위기를 띄웠고, 90도 인사는 빼놓지 않았다. 훈련을 돕는 현지 볼 보이들이 'T 포즈'를 취해 보이자 곧바로 화답했다. 활력이 넘쳤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세리머니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토니 플러시', 나는 엔터테이너다

특히 한국 팬들은 모건의 별명과 세리머니를 무척 궁금해한다. 그는 자신을 '토니 플러시(Tony Plush)'라 일컫는다. 줄여서 'T-플러시'다. 세리머니도 무척 특이하다. 손으로 알파벳 'T'를 만들어 보인다. 평범한 뜬공을 잡을 때나 안타를 치고 타임을 부를 때, 홈런을 쳤을 때 어김없이 'T'를 만든다. 그렇다면 모건의 또 다른 자아로 알려진 '토니 플러시'가 대체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모건은 "엔터테이너, 큰 무대, Everybody watching you"라 운을 뗐다.

"나는 운동선수이면서 엔터테이너라고 생각한다. 야구장이라는 무대에서 엔터테이너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팬들은 돈을 내고 야구장을 찾는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도 일종의 '쇼'다. 집에 돌아갈 때도 기억에 남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내가 젊었을 때. 엔터테이너로서 큰 무대에 맞는 예명, '스테이지 네임(Stage name)'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었다."

T 세리머니, 알고 보니 한 개가 아니네

손으로 'T' 자를 그리는 세리머니는 어떤 것일까. 김 감독도 "세리머니가 뭔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고 웃었다. 모건은 동작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손바닥을 대는 세리머니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연령대별로 준비돼 있었다.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새끼손가락을 맞대 T자를 만들고, 10살 정도 된 어린이들은 검지, 그 이상은 손바닥을 맞대면 된다. 몸 전체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리를 모으고 팔만 벌리면 된다. 한국에서도 항상(All the time) 세리머니를 할 것이다. 팬들과 함께해야 한다. 팬들과 동료들을 즐겁게 해주면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그렇게 시너지효과가 나오면 더없이 좋지 않겠나."

일본 팬들은 아직도 모건을 그리워한다. 26일 한화의 훈련을 돕던 일본인 볼 보이들은 모건을 보자마자 'T 포즈'를 취했다. 모건도 화답했다. 지난해 4월 일본 동영상 사이트인 'GYAO'에 모건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오자 팬들은 "어느 팀이든 상관없으니 모건이 일본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유의 에너지로 1년 만에 일본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나도 일본 팬들이 그립다"면서도 "올해부터 나는 한국에서 뛴다. 한국 팬들도 나를 좋아해 줄 거라 믿는다. 사랑받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목표를 물었다. 간단명료했다. 수치적인 목표는 전혀 없었다. 팀 승리만 생각했다. 진정한 프로였다. 모건은 "경기를 즐기고, 기존 선수들에게 좋은 동료가 되는 것, 그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반드시 올라갈 것이다. 개인 기록보다는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가 되겠다"며 책임감을 보였다. <③에서 계속>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이 'T 포즈'를 취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일본 현지 볼 보이들이 모건을 향해 일제히 'T 포즈'를 선보이며 웃고 있다(2번째 사진), 모건(왼쪽)이 주장 김태균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사진 = 일본 고치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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