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김준일 굳히기? 이승현 대반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굳히기 인가. 대반격인가.

김준일(삼성)과 이승현(오리온스)의 신인왕 레이스. 시즌 초반 이승현이 주도하던 레이스는 시즌 중반 이후 김준일이 역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인성적을 보자. 김준일이 37경기서 평균 29분2초간 13.6점, 3.8리바운드, 0.9블록. 이승현은 40경기서 평균 32분38초간 10.2점, 5.1리바운드, 1.8어시스트, 0.5블록을 기록 중이다.

득점을 제외한 대부분 지표서 이승현이 앞선다. 팀 성적도 이승현이 월등히 앞선다. 그러나 개인의 파급력, 팀에 미치는 공헌도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김준일이 신인왕 레이스서 약간 앞서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그런데 이승현의 팀 공헌도도 만만찮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누가 신인왕이 될 것인지 장담하긴 어렵다.

▲앞서가는 김준일

김준일의 저력이 대단하다. 1라운드 평균 11.8점 3.4리바운드였던 그는 2라운드 평균 14,7점, 3라운드 평균 15.1점까지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4라운드 평균 11.3점으로 살짝 주춤했지만, 5라운드서 평균 17.5점으로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최근 김준일과 맞상대한 오세근(KGC)은 “김준일의 힘이 대단하다. 맞대결 준비를 하고 나왔지만, 버거운 상대였다, 높이, 스피드, 탄력을 모두 갖췄다”라고 극찬했다.

삼성의 환경에서 김준일이 도드라진다. 팀 전력이 약한데다 최근 리오 라이온스의 오리온스 이적으로 김준일 의존도가 높아졌다. 현재 김준일은 키스 클랜턴과 함께 팀 득점 1번 옵션. 이상민 감독은 시즌 중반 김준일이 주춤했을 때 “체력적으로 조금 달리는 것 같다”라고 아쉬워한 적이 있다.

그러나 김준일의 집중력은 다시 살아났다. 기본적으로 순발력과 파워가 외국인선수급이다. 골밑 테크닉 자체는 그리 높게 평가되진 않지만, 외국인선수를 상대로 10점 넘게 올리는 신인 빅맨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만큼 김준일의 가치가 높다. 김준일의 기량 자체가 좋기 때문에 팀 공격 1번옵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지, 팀에서 득점을 올려줄 선수가 많지 않아서 김준일이 1번 옵션이 된 게 아니다.

▲이승현의 반격

이승현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 트로이 길렌워터를 비롯해 오리온스에 득점할 선수가 너무나도 많다. 또 길렌워터와 국내선수들의 조화가 그렇게 좋은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서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에게 외곽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다 골밑 플레이를 병행할 것을 지시했다. 3번 스몰포워드에 가까운 움직임을 주문한 것. 결국 이승현은 동료 포워드들과 동선이 약간 겹치는데다 개인의 움직임마저 약간의 혼란이 왔다. 이승현은 지금도 “3번보다는 4번이 편하다”라고 말한다.

드러난 기록은 준수하다. 1라운드 평균 8.4점 4리바운드, 2라운드 평균 10.4점 4.7리바운드로 좋았다. 3라운드서 평균 8.3점 5.4리바운드로 약간 주춤했지만, 4라운드 평균 13.1점 5.8리바운드, 5라운드 평균 13.3점 6.8리바운드로 괜찮다. 그러나 팀 내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었고, 그 사이 김준일의 존재감이 빛났다. 때문에 이승현이 주춤한 것처럼 보인 것도 사실.

한 농구관계자는 “이승현이 삼성에 있었어도 김준일 정도 했을 것이다. 승현이가 시즌 중 약간의 혼란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역시 특급신인”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준일이 신인왕 경쟁서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는 건 팀 환경의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 오세근 역시 “승현이는 팀에 공헌할 줄 아는 선수”라고 했다. 실제 이승현은 최근 다시 4번에 치중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추일승 감독도 “재석이가 부진할 경우 승현이를 4번으로 쓰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 정확한 외곽포는 물론이고 골밑에서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리바운드를 따내며 팀에 공헌한다.

▲그들의 약점, 변수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두 사람의 맞대결서 여전히 이승현이 약간 우세하다는 점. 이승현은 올 시즌 삼성전서 9.6점 6리바운드, 김준일은 오리온스전서 9점 4.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기록 상으로 이승현이 조금 낫다. 실제 김준일이 이승현에게 확실히 우세했던 건 11월 28일 3라운드서 14점 3리바운드 활약이 유일했다. 당시 팀도 오리온스에 이겼다. 이승현은 8점 4리바운드 3스틸에 그쳤다.

25일 맞대결서도 이승현은 김준일과 매치업되면서 우위를 점했다. 김준일은 어딘가 모르게 소극적이었고, 이승현은 오랜만에 골밑에서 저돌적이었다.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대학 시절부터 승현이가 준일이에게 워낙 강했다. 그 흐름이 프로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다. 승현이가 준일이에게 자신이 있고, 준일이게 움츠러든다”라고 평가했다. 맞대결에서의 활약, 인상깊은 장면 생산 등은 신인왕 레이스의 또 다른 변수다.

두 사람은 같은 약점이 있다. 수비. 이승현은 아직 외곽 수비 로테이션과 이해도가 약간 부족하다는 게 추 감독 설명. 아직 경험이 적으니 당연한 부분. 이미 이상민 감독은 김준일이 골밑 수비 적극성을 키워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결국 팀 조직력에 직결되는 부분. 둘 다 지금도 좋지만, 팀 공헌도를 좀 더 높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5라운드 중반. 두 사람의 신인왕 경쟁에 불이 붙었다. 김준일이 시즌 중반 이후 앞서간다는 평가지만, 이승현도 만만찮다. 결국 시즌 막판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승현과 김준일(위), 김준일(가운데), 이승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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