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쿠보 코치의 열정, 한화 안방 확 바꾼다

[마이데일리 = 일본 고치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의 안방, 업그레이드 될 조짐이 보인다. 대단한 열정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후루쿠보 켄지 코치의 존재가 선수들에게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1차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24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포수 조인성과 정범모, 박노민, 지성준이 후루쿠보 코치와 함께 오전 훈련에 나섰다. 플라이볼과 땅볼 처리, 도루저지 등 기본 훈련이 쉴틈없이 이어졌다. 반복된 동작이 힘들 법도 한데 선수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최고참 조인성도 젊은 포수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과정을 반복했다.

후루쿠보 코치는 매사에 무척 열정적이다. 특히 포수들을 지도할 때 더 그렇다. 전날(23일)은 정범모 특별관리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A부터 Z까지 하나 하나 세심하게 관찰하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잘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격려했다. 정범모도 후루쿠보 코치의 주문에 일본어로 "하이(알겠습니다)"라고 힘차게 답했다.

24일에도 마찬가지. 후루쿠보 코치는 한시도 선수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직접 펑고를 쳐주는 건 기본. 포수들은 플라이볼과 짧은 땅볼, 송구 훈련이 끝나기 무섭게 내야수들이 받는 강한 펑고를 받았다. 단순히 잡는 데 그치지 않고, 블로킹 후 태그하는 동작까지 이어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잠시 쉬는 시간에도 포수들을 불러 모아 직접 스텝을 보여준다. 일본어 통역을 담당하는 시미즈 마오 씨의 손과 입도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 3년간 한화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정범모가 85경기, 조인성이 75경기에 출전했다. 김민수(삼성)와 이희근도 거들었다. 조인성이 트레이드로 합류하면서 한층 안정감을 찾긴 했지만 강점이라 불리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선수들은 후루쿠보 코치의 말과 동작 하나라도 놓칠까 눈과 귀를 기울인다.

전날 후루쿠보 코치의 1대1 과외를 받은 정범모도 2루 송구 시 팔 각도를 올리기로 했다. 후루쿠보 코치는 "송구 시 팔 각도를 올리고, 공 빼는 동작을 빨리 하라. 리듬감도 가져아 한다"고 아낌없이 조언했다. 정범모는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알려주신대로 잘 따라가서 좋은 성과 내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후루쿠보 코치는 현역 시절 1994년 86경기에서 무려 4할 6푼 8리(22/47)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112경기에 출전한 1995년에도 3할 1푼 7리(33/104)의 도루저지율을 보였다. 블로킹과 리드에도 강점을 보였다. 일본 무대에서 18년간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알렸다.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포수들의 수비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지도자로서 경력도 풍부하다. 은퇴 다음해인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오릭스 1군 배터리코치 부임 첫해인 2013년에는 이토 히카루를 리그 정상급 포수로 성장시켰다. 스프링캠프부터 신인 포수 후시미 토라이와 경쟁시키며 자극을 준 게 효과를 봤다. 이토는 지난해 11월 열린 미일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선수와 지도자로 숱한 경험을 쌓은 후루쿠보 코치의 존재는 포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올 시즌 한화의 안방이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한화 이글스 포수들이 후루쿠보 코치(흰 유니폼)와 함께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 일본 고치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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