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스프링캠프에 신인 투수가 없는 이유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SK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신인 투수를 찾아 볼 수 없다. 왜일까.

SK는 지난 15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총 59명의 선수단 중 투수는 21명이다. 하지만 이들 중 신인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전체적으로 봐도 1차 지명으로 뽑은 포수 이현석, 단 한 명 뿐이다.

▲ 스프링캠프 신인 제외는 미래를 내다본 선택

SK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0장의 선택권 중 8장을 투수를 뽑는데 사용했다. 이는 넥센 히어로즈와 함께 가장 많은 숫자였다. 그럼에도 이번 캠프 명단에 신인 투수는 한 명도 없다.

이는 단순히 신인 투수들의 실력이 떨어져서일까. 아니다. 2차 1번으로 지명된 충암고 출신 우완투수 조한욱의 경우 청소년 대표를 지냈으며 SK 뿐만 아니라 많은 구단들이 눈독을 들였을 정도로 유망주다.

또한 실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능성을 실험해 보기 위해 신인들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키는 구단이 적지 않다.

SK 역시 지난해에는 다르지 않았다. SK는 2014 1차 지명인 이건욱을 비롯해 박민호, 박규민 등 3명의 신인 투수들이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했다.

SK는 올해부터 변화를 줬다. 1차 지명 선수를 제외한 모든 신인들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기로 한 것. SK의 달라진 행보에는 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

스프링캠프에 참여한 선수 중 완벽히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 특히 신인들이라면 코칭스태프 눈도장을 찍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레 몸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이미 신인들의 몸에 무리가 가 있다는 것. 프로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 그 중에서도 스프링캠프 명단에 오른 선수들은 소속 학교에서 대들보로 뛴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아마추어 야구의 경우 투수들이 더 무리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프링캠프에서 무리를 할 경우 부상 위험은 급격히 높아진다. SK 민경삼 단장은 "예전 사례를 보면 신인들의 경우 스프링캠프 도중 부상을 입어 중도하차하고 적지 않은 시간 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이러한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현재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야구 수준을 봤을 때 즉시 전력감은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캠프에 참가했다가 낙오한다면 선수는 사기저하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상 위험에도 노출된다. 결국 구단이나 선수나 이득을 보는 부분이 없는 것.

이로 인해 SK는 신인 선수들의 스프링캠프 제외는 물론이고 6월말까지는 1군에 선수들을 올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 기간 기존 선수들과의 단순한 경쟁보다는 기초를 닦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2군 캠프 합류 가능성은 열어뒀다. SK 관계자는 "2군 캠프의 경우 육성을 위해 차리는 캠프이며 동기부여 차원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데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물론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데뷔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볼 수 있다면 야구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6시즌 연속으로 순수 신인왕이 나오지 않는 것에서 보듯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수준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당장의 효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여건을 봤을 때 SK의 결정은 나쁜 선택보다는 '올바른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 신인 선수들로서도 기다림의 시간은 더 길어졌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본인이 프로에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SK가 2차 1라운드로 지명한 조한욱.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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