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선수협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많다 [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엄청난 진통 속에서 2000년 1월 출범했다. 약 15년이 흘렀다. 많은 일이 있었다. 선수협이 지난 15년간 야구계에 공헌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국내야구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선수협이 한국야구위원회(KBO), 각 구단들과 풀어내야 할 사안이 많다. FA 규약, 외국인선수 규정, 비활동기간 훈련 문제, 1군 엔트리 운영, 등등. 선수협의 손길이 필요한 곳, 선수협의 관심이 필요한 선수 혹은 야구인이 많다.

선수협이 지난 15년간 모든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했고, 또 자신들의 역할을 100% 충실히 해냈는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초창기 야구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었던 선수협은 요즘 오히려 팬들에게 비난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선수협은 왜 팬들과 야구인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당연히 이유가 있다.

▲옳고 그름이 아닌 융통성 문제

최근 선수협이 집중적으로 비난 화살을 받은 부분은 비활동기간 문제. 선수협은 최근 비활동기간 단체훈련 금지 기준을 강화했다. 예전엔 신인, 신고, 재활선수에 한해선 단체훈련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재활 선수의 단체훈련도 완전히 금지시켰다. 심지어 한 매체에 단체훈련이 연상되는 넥센 선수단의 모습이 보도되자 강력하게 대응했다. 근본적 원인으로 한화 김성근 감독을 지목했다. 김 감독이 3년만에 현장에 돌아오면서 단체훈련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였다는 게 선수협의 주장.

오해였다. 넥센은 단체훈련을 할 의도가 없었다. 한화는 선수협의 강경대응에 12월 재활캠프를 취소한 상태. 비활동기간에 쉬어야 한다는 선수협의 말은 맞다. 하지만, 단체훈련이 필요한 것도 분명한 사실. 저연차 선수들, 신인선수들은 단체훈련이 필요하다. 연봉이 넉넉하지도 않고 따뜻한 해외에서 훈련할 형편도 못 된다. 선수협은 이들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직 구체화된 건 없다.

문제는 선수협의 융통성이 떨어진다는 점. 현행 국내야구 비활동기간 규정에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 구단들도 과거 조금 아픈 선수를 재활선수로 둔갑시켜 단체훈련 시키는 꼼수를 썼다. 근본적으로 이 부분은 선수협이 KBO, 구단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각에선 비활동기간을 시즌 직후로 앞당기면 된다는 주장도 한다. 머리를 맞대면 묘수가 있다. 그런데 선수협은 이 작업에 소극적이다. 규정에 허점이 있으면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 선수협은 융통성을 발휘하려고 하지 않는다. 야구관계자들과 야구 팬들이 뿔난 핵심적 부분.

19일 부산에서 단장협의회가 개최된다. KBO와 각 구단 단장이 각종 현안을 논의한다. 당연히 선수협의 대처가 중요하다. 선수협은 10개구단 모든 선수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 선수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1군 주요선수들뿐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는 퓨처스 혹은 3군 선수들까지 감안해야 한다.

▲선수협의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한 부분

선수협은 최근 FA 제도 개정을 요구했다. FA 자격 연한(현행 9년, 대졸 8년) 축소를 주장했다. FA 시장에 물량이 늘어나야 평균 몸값이 떨어질 수 있다. 이미 구단들도 최근 몇 년간 가속화된 인플레이션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FA를 경쟁적으로 구입하는 행위는 사라지는 추세. 구단들은 외국인선수 계약도 더 이상 에이전트에게 끌려 다니지 않는다. 지나친 오버페이에 냉정하게 ‘NO’를 외친다.

좀 더 확실한 규정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최대한 많은 선수가 FA 제도를 통해 직장선택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 여전히 보상 장벽이 높다. 특 A급이든 준척급이든 일단 외부 FA를 영입만 하면 똑같이 FA 직전시즌 연봉 200%와 보상선수 1명을 원 소속구단에 내줘야 한다. 준척급 선수들은 팀을 옮기기 힘들다. 이 부분에서도 선수협이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최근 ‘정현석 리턴’으로 거론된 FA 계약 및 보상선수의 건강상태 고지 의무 역시 선수협의 의견 정리가 필요하다. 1~2명이 오가는 트레이드라면 모르지만, 보상선수의 경우 많은 선수의 신상을 타 구단에 알리는 것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선수의 프라이버시가 걸린 일. 선수협이 반드시 나서야 한다. 선수협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없었다.

선수협은 “모든 선수의 권익을 대변할 수 없다. 다수결로 의견을 정리한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맞다. 일 처리는 그렇게 할수밖에 없다.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한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최대한 많은 프로야구 선수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했는지 대해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선수협은 지금 각 구단 단체훈련 체크에 열 올릴 때가 아니다. 알고 보면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최대한 많은 선수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 또 권익을 앞장세우기 전에 야구계와 팬들에게 자신들의 의무를 다했는지 돌아볼 때다.

[서재응 선수협의회장(위), 잠실구장 전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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