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스 듣고 있나"…개코, 韓 힙합 톱클래스의 위엄[최지예의 에필로그]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한국 5대 래퍼에서 개코를 빼라던 스윙스는 그 말을 다시 주워 담아야 할 것 같다.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의 개코가 첫 솔로 정규앨범을 통해 힙합의 진수를 보여줬다.

개코는 16일 낮 12시 각종 음악사이트를 통해 첫 번째 정규 앨범 '레딘그레이(REDNGREY)'를 공개했다. 더블 타이틀곡 '화장 지웠어', '장미꽃'을 비롯해 2CD 총 17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는 그 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던 개코만의 정신이 오롯이 담겼다.

싱글 앨범이 범람하는 현 시기에 17곡의 음악을 한 CD에 담아 선보이기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분명한 이유는 있었다. "'앨범으로 잘 만든 앨범이다'라는 평가는 듣고 싶다. 거창한 평가를 원하는 건 아니다. '앨범 전체 흐름을 많이 고민하면서 만든 앨범이구나'. 듣는 분들이 그걸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한 개코의 말이 무엇인지 짐작됐다. 다양한 장르, 소재 등이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개코의 첫 솔로앨범은 긴밀하게 짜여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개코의 이번 앨범에는 개코만의 와일드하고 거친 랩이 담긴 '될 대로 되라고 해', 한창 물이 오른 클럽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동방예의지국',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은색 소나타', 이 시대의 사랑을 치밀하게 집어낸 '화장 지웠어', 아내를 보고 만든 '장미꽃', 가장 오랫동안 작업한 고뇌가 담긴 '과거는 갔고 미래는 몰라' 등 다양한 색깔과 특징을 가진 곡들이 조화를 이뤘다.

그야말로 힙합의 정통성과 대중성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될 대로 되라고 해'에선 MC로서 개코의 자부심과 힙합 특유의 스웨그(SWAG)를 잘 드러내고 있고, '화장 지웠어'는 현 세대에 있을 법한 애매한 사랑의 편린들을 재밌게 붙여냈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래핑과 트렌드를 한 큐에 잡아낸 가사는 개코의 독보적인 실력과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걸그룹 원더걸스 예은과의 콜라보 작업은 의외로 조화롭다. 현재 이 곡은 각종 음악사이트 음원차트 정상에 자리잡으며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중들이 힙합을 선택해 줬다"라고 한 개코의 말처럼 마이너 장르로 분류되던 한국 힙합이 각광받은 것은 최근 1,2년 사이다. 댄스, 발라드, 알앤비(R&B) 등 신나고 즐겁거나 편안한 음악을 주로 듣던 음악 팬들은 어느 샌가 힙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이젠 대부분의 음악에 힙합 사운드나 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힙합이 주류 음악으로 올라섰다는 얘기다.

국내 음악시장에서 힙합의 위치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코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난 2000년 씨비매스(CB Mass)를 거쳐 2004년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를 통해 다이나믹듀오로 데뷔하기까지 개코는 꾸준히 힙합을 하는 가수였다. 다이나믹 듀오는 그 동안의 음악과 발자취를 통해 국내 음악팬들에게 힙합신을 소개해 왔다. 굳이 경력을 언급하지 않아도 개코의 음악 속 래핑은 명실상부 국내 힙합신의 톱클래스다.

그런 점에 있어서 개코가 선보인 음악은 힙합의 여러 모양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코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그는 때로는 정직하게, 때로는 트렌디하게 힙합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룹 다이나믹듀오 개코.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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