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 10패, 피하고 싶은 불명예 최다패 경쟁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패.

두산 노경은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떠안았다. 그는 지난달 31일 부산 롯데전서 3⅓이닝 6피안타 7볼넷 4탈삼진 7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시즌 10패(3승)째. 지난 2년간 10승 이상씩을 꼬박 거뒀던 노경은은 올 시즌에는 승리보다 패전에 10을 먼저 채웠다. 극심한 난조다. 두산 코칭스태프와 노경은 모두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잘 안 풀린다.

▲ 최다패 경쟁 현황

노경은의 10패는 올 시즌 국내야구 첫 두자리 수 패전이다. 노경은으로선 달갑지 않다. 선발투수에게 10패란 뼈 아픈 기록이다. 10승이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한 최소한의 기록이라면, 10패는 반대로 그만큼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는 증거다. 팀은 물론이고 개개인 연봉협상서도 당연히 손해를 보는 부분이다.

노경은만큼 많이 패전투수가 된 선수가 여럿 있다. 일단 9패를 떠안은 투수가 송승준(롯데, 5승), 채병용(SK, 6승), 송창현(한화, 1승)이 있다. 지금은 퇴출된 데니스 홀튼(KIA, 5승)과 앤드류 앨버스(한화, 4승)는 8패를 떠안았다. 이들은 올 시즌 최다패전투수 불명예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선 확률상 노경은의 최다패 등극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근 10년 기록을 살펴보면, 매년 10명 내외로 두자릿 수 패전투수가 배출됐다. 지난해 두자리 수 패전을 거둔 투수는 11명이었다. 2012년 6명, 2011년 9명, 2010년 8명, 2007년 10명, 2006년 8명, 2005년 7명이었다. 한 구단서 평균적으로 1명은 10패 불명예를 쓸 수 있다는 의미. 그만큼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된 모든 선수가 한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쉽지 않다. 참고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패전은 1985년 장명부(청보)의 25패. 2007년 윤석민(당시 KIA)의 18패도 눈에 띄는 한 시즌 최다패 기록. 지난해 최다패 투수는 한화서 뛰었던 대나 이브랜드(14패)였다.

▲ 최다패의 두 가지 의미

최다패에는 두 가지 의미가 투영됐다. 우선 투수 본인이 부진한 케이스다. 노경은이 그렇다. 지난 5월 선발로테이션서 제외돼 불펜등판을 통해 투구 밸런스를 조정했으나 지지부진하다. 특유의 날카로운 포크볼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노경은은 평균자책점도 8.47이다.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민망한 성적이다. 평균자책점 6.09의 채병용과 평균자책점 6.90의 송창현 역시 비슷한 사례다. 세 사람은 시즌 내내 선발기회를 꾸준히 제공받았지만, 성적으로 보답을 하지 못했다. 원활한 컨디션 관리에도 실패했다.

그런데 투수의 10패, 특히 선발투수의 최다패에는 고려해야 할 점이 또 있다. 투수의 승리와 패전은 단순히 투수의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잘 던지고도 타선 지원 부족으로 패전이 되는 경우도 많다. 송승준의 경우 올 시즌 승운이 부족하다. 퀄리티스타트까지는 아니더라도, 5이닝 3실점 이하로 막았을 때 무려 4차례나 패전투수가 됐다. 타선과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매년 최다패 경쟁 중인 투수들 중에선 의외로 억울한 케이스가 있다.

▲ 최다패 경쟁서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최다패 경쟁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일단 승수를 최대한 많이 쌓는 정석적 방법. 승수를 많이 쌓으면 자연스럽게 패전이 쌓이는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불명예스러운 최다패 경쟁서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송승준은 지난달 31일 부산 두산전서 노경은과 맞대결해 승리투수가 됐다. 공교롭게도 최다패 경쟁을 하는 투수들의 만남이었다. 송승준의 투구가 확실히 더 좋았다. 6⅔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6월 27일 NC전 이후 5경기만에 거둔 승리였다. 송승준은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던 송승준은 확실히 날씨가 더워지면서 살아나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최다패 경쟁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한가지 방법은 투수에겐 완전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계속 부진할 경우 경쟁서 밀려 아예 선발로테이션서 빠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최다패 경쟁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팀내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외국인투수의 경우 시즌 중 웨이버 공시가 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최다패 불명예를 쓸 가능성은 낮아지지만, 결국 실패한 투수로 낙인 찍힌다. KIA서 퇴출된 홀튼, 두산서 퇴출된 크리스 볼스테드(7패) 등이 이런 케이스다. 부진을 거듭하다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해 최다패 경쟁서 벗어나는 것 역시 투수 개인에겐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위에서부터 노경은, 송승준, 채병용, 송창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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