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이 '지니어스'에서 찬 시계, 사실은…"

MBC에브리원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 권영찬 PD가 밝힌 제작비화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이상민이 2박3일간 머물렀던 집을 떠나며 오열했다. 아이 셋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가족의 삼촌이 되어 아이들을 울려도 보고, 투정도 받아주며 정이 들었던 2박3일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MBC에브리원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는 연예인이 일반인 가정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2박3일을 함께 보낸다는 콘셉트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 단지 2박3일 만에 어떤 감정의 교류가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tvN '더 지니어스2'에서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 이상민의 손목에 있던 조금은 유치해 보이던 캐릭터 시계는 사실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에서 이상민이 울렸던 꼬마 여자아이의 것이다. 처음에는 이상민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는 유난히 자신을 예뻐하던 이상민에게 결국 마음을 열었고 그에게 자신의 소중한 시계를 선물로 건넸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민은 그 시계를 자신의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고 '더 지니어스2'에 참여해 결국 우승했다.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의 수장 권영찬 PD를 만나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출연자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물었다.

그동안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에선 '19금 개그'의 안영미가 '바른 생활' 가족의 딸, 김지석은 남자라고는 초등학생 막내뿐인 '꽃미녀' 가족의 큰오빠가 되었으며, 쥬얼리의 예원은 온가족이 떡집을 운영하는 사형제 집안의 막내딸이 되었다. 이정은 콩고에서 온 특별한 가족의 형, 외국 생활을 오래한 지나는 어머니가 경기민요 이수자인 대가족의 딸, '원조 아이돌'인 문희준은 댄서의 꿈을 키우는 남동생의 형, 포미닛의 막내 권소현은 처음으로 큰딸이 되어 동생들을 얻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연예인과 일반인 가족들은 2박3일을 마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 매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어떻게 기획한 프로그램인가?

"가족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TV를 보며 '만약 저 연예인이 내 가족이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을까 싶더라. 연예인들 역시 바쁜 생활을 하며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가 만나 이런 부분들을 채울 수 있는 가족 이야기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 처음에는 연예인들이 굉장히 낯설어하는데, 2박3일 후 이별의 순간에 눈물 흘리는 게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다.

"제작진도 처음에는 걱정했다. '과연 2박3일 안에 정이 들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해보니까 정말 끈끈하게 정이 생기더라. 같이 먹고 자고 가족의 일원이 돼 생활하니까 헤어질 때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연예인들이 다들 홀로 한 가정에 들어간다는 데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2박3일이 지나면 결국에는 '정말 하길 잘했다'고 하더라."

- 실제로 연예인이 가족들과 같이 생활을 하나? 자신의 숙소에서 따로 자는 것 아닌가?

"함께 생활한다. 물론 새벽에 스케줄이 있어서 나갈 때도 있는데, 2박3일간은 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출퇴근하고 같이 밥 먹고 자신의 방에서 잠자고 한다."

- 가족과 연예인을 잘 조합하는 게 프로그램의 비결인 것 같다.

"가족이 먼저 섭외될 때가 있고, 연예인이 먼저 될 때도 있다. 연예인이 섭외되면 사전 인터뷰를 갖는데, 권소현의 경우 그룹 안에서나 가족 안에서 늘 막내였다. 본인도 언니나 누나가 되어보고 싶다더라. 그래서 권소현은 맏딸이 돼 가족을 만난 것이다. 예원의 가족 같은 경우 형제들 밖에 없어 딸을 정말 원했다. 아버지는 딸과 데이트도 해보고 싶어했고, 어머니는 딸이 있으면 머리를 땋아주고 싶어했는데 방송을 통해 하게 되니까 다들 좋아했다. 특히 어머니는 처음만 해도 방송을 꺼려했다. 그런데 예원을 보자마자 정말 좋아한 거다. 인터뷰에서도 짠했던 게 남자 형제가 마지막에 '우리는 딸이 없었고, 앞으로도 딸이 없을 테니까'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이상민의 경우는 가족에 대한 아픔이 있는 거였고. 그렇게 연예인과 가족이 만나 서로의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

- 이상민은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더라.

"사전 인터뷰 했을 때도 아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은 다들 아기를 낳고 기르고 하니까 이상민에게도 삼촌이 된다는 게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 이상민이 마지막에 가족을 떠나며 오열하는 게 가슴 아팠다.

"진짜 심하게 오열했다. 가족과 이별하는 이상민의 감정이 너무 격해져서 감정 조절이 안 더라. 너무 많이 울어서 방송에서 우는 장면을 들어낼 정도였다."

- 한편으로는 이상민이 우는 게 이해가 갔다.

"이상민이 아이들에게 되게 잘해줬다. 사실 여자아이는 이상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민에게 점차 마음이 열리더니 자기가 제일 아낀다는 손목시계를 선물로 주더라. 그 손목시계를 이상민이 '더 지니어스2'에서도 계속 찼다. 본인에게 행운의 상징이라더라. 방송 후에도 이상민이 가족들과 연락하고, 룰라 팬들이 가족에게 쌀 등 이런저런 선물들을 보내기도 했다. 헤어진 후에도 연락하고 지내는 연예인이 많은데, 가족들도 다들 좋아한다."

- 일반인 가족의 신청은 많이 들어오나? 선정 기준은?

"신청이 정말 많이 들어온다. 선정 기준은 진정성이다. 홍보라든가 다른 것에 의도가 있으면 안 되니까 새 가족을 정말 원하는지 사전 인터뷰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 제작진은 어느 정도 개입하나? 함께 외식을 하거나 같이 어딘가를 간다든지 제작진이 짜놓은 것인가.

"개입하지 않는다.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스태프들은 상자 등에서 숨어서 촬영한다. 리얼한 상황을 담아야 하는데, 스태프가 보이면 그런 상황이 나오질 않는다. 최대한 노출하지 않고 연예인과 가족들을 방해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카메라가 워낙 많아 촬영분량이 상당하다. 그래서 편집 작업이 힘든데, 방송에 나오진 않지만 처음에는 서먹서먹한 모습들이 꽤 있다. 제작진 입장에선 얼른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리가 결코 개입하진 않는다. 그런 서먹한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마음이 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에는 가까워지더라. 그런 모습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관계가 형성된다."

- 김지석은 여동생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함께 가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출연자가 바로 전날이라도 '이거 하겠다'라고 말하면 바로 한다. 제작진에게는 촬영 문제 때문에 미리 얘기하긴 하는데, 출연자가 생각하는 대로 가족들이 가고 싶은 곳에 가거나 사주고 싶은 음식 등을 사준다. 돌발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제작진의 미션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 김지석네 둘째 딸이 이별 후 크게 울었다.

"그 가족은 어린 막내 아들이 있지만 아버지가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해서 김지석이 든든한 삼촌 같았다. 그리고 할머니가 일일드라마 팬이었다.(김지석은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원더풀마마' 등에 남주인공으로 출연한 바 있다) 할머니도 많이 좋아하셨고, 딸들도 오빠가 없었기에 오빠가 친구들에게 밥 사주고 차로 데려다 주고 이런 경험들을 못해본 거다. 둘째 딸이 오열했는데, 헤어질 때는 '그런가 보다' 하다가도 집에 돌아와서 허전함을 느끼는 경우들이 많다."

- 안영미 가족은 '19금 개그'의 안영미를 보고 당황하던데.

"밤 10시면 다들 자는 '바른 생활' 가족이었다. 딸이 없는 가족이기도 했고, 안영미가 가서 유쾌함을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안 계신 안영미가 딸 걱정해주는 아버지를 보며 여러 감정들이 생긴 것 같다."

- 반대로 이정은 콩고 가족과 만나 본인이 당황했다.

"이정이 이동하는 내내 계속 궁금해했다. 가족이 누구냐고, 모른 척 할 테니까 알려달라고. 결국 안 알려줬는데 콩고 가족을 만나니 정말 당황하더라. 그런데 이정이 워낙 인간적이라 오히려 더 금방 친해졌다. 축구를 좋아하는 동생한테 운동복을 사주고 싶어 부리나케 시내로 나가 운동복을 사오더라. 제작진도 촬영을 하며 연예인의 리얼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정은 정말 인간적인 면이 많이 눈에 띄었다."

- 어떤 프로그램이 되고 싶나.

"욕심일 수 있겠지만 가족이 다같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싶다. 프로그램 타이틀이나 브릿지 영상이 VHS비디오테이프로 나오는 건 추억을 선물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결혼식이나 돌잔치 모습을 테이프로 남겨놓고 그러지 않나. 아날로그적 감성도 있겠지만, 일반인 가족과 연예인 모두에게 영상을 남겨 추억을 선물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앞으로 젊은 신혼부부인 일반인 가족에 시어머니나 시아버지가 연예인인 가족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양한 가족을 그리고 싶다."

[tvN '더 지니어스2', MBC에브리원 권영찬 PD, MBC에브리원 '우리집에 연예인이 산다'. 사진 = tvN 방송 화면-MBC에브리원 제공-MBC에브리원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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