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전엔 찢었지만 이젠 30대 농염함으로 승부"(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하얀색 니트로 멋을 낸 비는 최근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 훨씬 살이 빠져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30대 인생의 첫 걸음을 뗄 준비를 마친 가수 비(31, 정지훈)는 어딘가 모르게 여유 있었고, 또 반면 날이 빳빳하게 서 긴장한 모습이었다.

“저를 만들어준 대한민국 시장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제가 활동을 안 했던 동안 정말 능력이 있고,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더군요. 이번 제 목표는 ‘비다운 것을 보여주자’라는 거에요. 특이 이번 활동은 흥하든 그렇지 않든 대중들이 저를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저로서는 1등은 많이 해 봤기 때문에 적어도 1등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에요”

‘가수로서 아직 멀었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비는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것에 대해 부푼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정규 6집 앨범 ‘레인 이펙트(Rain Effect)’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뮤지션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신경 썼어요. 요즘엔 비트만 유사해도 표절시비가 일어나더라고요. 표절 여부를 체크하는 기계를 사서 하나 하나 정말 꼼꼼히 일부러 체크를 했어요. 열심히 해서 내놨는데 혹시나 그런 게 있으면 어쩌나 싶어서요. 정말 밤도 새고 열과 성의를 다 해서 만든 앨범이에요”

기존에 비해 편곡, 장르도 다양해진 이번 앨범은 비의 지난 내공과 실력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라틴부터 창, 민요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제 복제품을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그러기 위해 별의 별 짓을 다했죠. ‘비가 이런 노래도 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그래도 나름 어디가면 한국 아티스트라고 할 텐데 곡을 들어봤을 때 창피하고 싶지 않았죠. 골라듣는 재미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어요. 라틴, 창, 민요도 삽입됐어요. ‘라송’ 같은 경우 라틴힙합 장르고, 일렉트로니카, 스윙 등 많은 시도를 했어요”

이번 앨범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비는 아티스트로서 진일보했다. 지난 작업을 함께 했던 배진열 작곡가와 함께 작업했다. 대중적인 트렌드 코드를 잘 뽑는 비는 음악적 전문성이 있는 배진열 작곡가의 도움을 받아 협업했다. 이번 앨범명인 ‘레인 이펙트’는 거창한 의미는 아니지만, 많은 가능성을 띄고 있는 이름이다.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잖아요.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그로 인해서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이 분다는 얘기요. 저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앨범을 통해 ‘아, 역시 비네’라는 말과 함께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신드롬을 일으켜 보고 싶어요”

섹시한 후배로, 아이돌 그룹 샤이니와 빅뱅, 가수 박재범을 꼽은 비는 ‘이젠 꽤 나이를 먹었다’며 껄껄 웃었다. “예쁘장하고 멋진 놈들은 샤이니에요. 빅뱅도 예쁘고요. 그리고 재범이는 어렸을 때부터 봤지만 이렇게 아까운 친구가 없어요. 멋진 친구들이 진짜 많아졌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키로 승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솔로 댄스 중에 저보다 키가 큰 가수는 없더라고요”

30대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비는 후배들과 비교해 자신의 매력에 대해 원숙미와 농염함을 꼽았다. “옛날에는 옷을 찢었지만 지금은 표정과 눈빛으로 무대를 압도하고 싶어요. 사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밤도 새고 연습도 많이 했었는데, 예전엔 앓지도 않던 감기로 7일이나 고생했어요. 운동선수도 그렇고, 20대와 30대가 어떻게 똑같겠어요. 연륜으로 승부해야죠. 무대에서 별로 움직임이 많지 않아요. 영혼, 소울, 그루브를 뽐내죠”

데뷔한지 10년이 넘게 지난 비는 아직도 댄스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며 또 한 번 아이처럼 기대하고 꿈꿨다.

[가수 비. 사진 = 큐브DC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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