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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투자 받기 힘든 '無자극' 드라마, 숏폼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버지의 집밥') [M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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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밥'으로 숏폼드라마 도전한 거장 이준익 감독
"'밥 한 끼'란 참 뻔한 이야기…그 뻔함을 소중히 여겼으면"

'아버지의 집밥' 이준익 감독 / 레진스낵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거장' 이준익 감독이 익숙한 스크린이 아닌 숏폼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로형 시네마 '아버지의 집밥' 이준익 감독의 인터뷰가 9일 서울 성동구 키다리스튜디오 사옥에서 진행됐다.

'아버지의 집밥'은 40년간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이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 '순애'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리타 작가의 동명 레진코믹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영화 '자산어보' '동주' '왕의 남자'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연출력을 선보여온 이준익 감독의 첫 숏드라마 연출작이기도 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거장 이준익 감독의 숏폼 드라마 도전은 영화계에도 큰 이슈가 됐다. 당연히 첫 질문은 그 도전의 이유였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오래 하다보니까 오랜 시간 같이 일한 동료, 후배들이 많다. 그런데 갈수록 후배들이 입봉을 하기가 쉽지 않더라. 제작되는 영화 편수도 줄고, 침체기이니까. 그런 와중에 숏폼이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시스템이 적립되어가고 있다. 숏폼의 등장이 가져온 변화는 여기에는 상업 자본이 안정되게 공급된다는 점이었다. 이건 독립 영화에는 없는 상업 영화에만 있던 패러다임이었다. 그 생태계의 변화를 처음으로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감독은 "그래서 이 정도면 기회가 줄어든 신인 창작자들이 상업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주변 조감독들에게 한 번 도전을 해보라고 권유를 했고. 나와 과거 같이 작품을 했던 여러 조감독들에게 그렇게 권유, 독려를 했다. 그런데 이제 어느 날 그 후배들이 역으로 '감독님은 안하시냐'고 종용을 하더라. 숏폼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를 하는 것이 너무나 마이너한 취급을 받는데, 이름 있는 사람이 한 번 해주면 힘이 될 거라는 이유였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변명이 없더라. 그렇게 떠밀려서 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물론 내 입장에서는 불편한 선택이긴 했다. 잘 못되는 게 걱정이기도 했으니까.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런데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후배,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 일 아닐까 생각을 해서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버지의 집밥' 이준익 감독 / 레진스낵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장르로 선택한 것도 '자극'이 선호되는 숏폼 드라마 시스템에서는 의외의 선택이었다. 이준익 감독은 "숏폼 드라마를 많이 보니 불륜 소재가 많더라. 그런데 이렇게 가족 드라마를 숏폼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까 고민을 했다. OTT가 자극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다보니 요즘에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12세 관람가 정도의 이야기가 많이 없다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써도 투자를 못 받으니 만들어지지 않는 면이 있을 것이다"고 짚었다.

이 감독은 "그렇다고 이런 가족 드라마는 사라져야 하는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비용으로 만들어지는 숏폼에서 이 이야기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 은근한 바람으로 소재를 선택했다. 다들 자극을 택하는 시대에 이런 무자극을 담는 작품이 없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잘 없을테니까. 이렇게라도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밥 한 끼는 뻔하고, 흔하다. 얼마나 소중하면 그것이 지난 수천 년 동안 뻔했겠냐. 이 뻔함을 소중하게 여기자라는 것이 우리 작품의 이야기다"라고 말하는 이준익 감독. '아버지의 집밥'은 오는 9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한 후 17일 오후 5시 1부를, 24일 오후 5시 2부를 레진스낵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아버지의 집밥' 이준익 감독 / 레진스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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