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왕사남' 잇는 하반기 '오디세이' 신드롬
27일 만에 900만 돌파하며 천만 카운트다운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올 상반기를 휩쓸었던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 열풍에 이어, 하반기 대한민국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에 푹 빠졌다. 출판, 전시, OTT, 그리고 뉴미디어 스트리밍에 이르기까지 문화계 전반이 뜨겁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개봉 27일 만에 누적 관객 수 901만 851명을 돌파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외화 최고 흥행작이었던 '아바타: 물의 길'(30일)보다 사흘이나 빠른 속도이자, '엘리멘탈'(724만 명), '인사이드 아웃 2'(879만 명), '주토피아 2'(861만 명)의 최종 스코어를 모두 갈아치우며 최근 3년간 국내 개봉 외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대기록이다. 4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천만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둔 가운데,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스크린 밖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닥치는 대로 소비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출판계 덮친 '스크린셀러'…22년 전 영화 '트로이'의 OTT 부활
우선 출판계다. 호메로스의 고전 서사시를 다룬 원작 및 해설서들이 강력한 '스크린셀러' 효과를 누리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오디세이'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00% 급증했고, 주요 서점가의 종합 베스트셀러 2위 자리를 꿰찼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도 개봉 직후 '오디세이' 검색량이 평소 대비 3.3배 폭증하며 '프로젝트 헤일메리', '어쩔수가없다' 등 기존 영화화 원작들의 상승 폭을 훌쩍 뛰어넘었다.
OTT와 VOD 시장으로도 번졌다. '오디세이'의 전사(前史) 격인 트로이 전쟁 서사를 확인하려는 관객들이 몰리며, 지난 2004년 개봉했던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가 22년 만에 쿠팡플레이와 웨이브 등 OTT 톱 10 차트에 재진입했다. 특히 8월 한 달간 VOD 및 IPTV 이용 건수는 전월 대비 무려 1489.4% 폭등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까"…24년 전 '올림포스 가디언'의 역주행
압권은 2000년대 초반 방영됐던 추억의 국산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의 화려한 부활이다. 2002년 첫 방송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나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원작 애니메이션이 영화 '오디세이'의 인기에 힘입어 24년 만에 Z세대와 알파세대의 놀이터로 귀환했다.
SBS의 유튜브 채널 은 개설 이래 최초로 예능이 아닌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39부작 라이브 스트리밍을 전격 편성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치지직 역시 '같이보기' 서비스를 진행하며 열기에 불을 지폈다. 새벽 시간대에도 수천 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채팅창을 달구고 있으며, 특히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까 책임져'라는 전설적인 밈을 탄생시킨 21화(디오니소스와 오르페우스 편) 방영 시점에는 과거 '야인시대' 라이브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놀란도 놀랄 2026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
원작 고전 도서의 품귀 현상, 20여 년 전 애니메이션의 실시간 밈 소비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조차 예상치 못했을 24년 전 국산 만화의 기적적인 역주행. 극장가의 불황을 깬 한 편의 웰메이드 블록버스터가 어떻게 문화 생태계 전체의 숨은 보물들을 깨우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 '오디세이' 신드롬은 콘텐츠 시장의 흥미롭고 위대한 서사시로 기록 될 듯 하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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