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류한준 기자] 태국 배구계가 경사를 맞이했다. 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아시아배구연맹(AVC) 주최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2028 LA올림픽 본선행 티켓도 손에 넣었다. 태국여자배구는 이로써 숙원을 풀었다.
태국배구협회(TVA)는 20여년전 부터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장기 계획을 세웠다. 당시 청소년대표팀 소속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주역들인 눗사라 똠꼼(세터)과 플레움짓 틴카오우(미들블로커)를 중심으로 시니어대표팀을 구성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조언을 해준 곳이 일본배구협회(JVA)다. JVA는 2000년대 초반부터 태국을 비롯해 동남아 국가 배구 발전을 위한 지원을 시작했다. AVC 내에서 입김이 세지고 있던 중국배구협회(CVA)를 견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 중 하나로도 태국 배구 성장을 도왔다.
눗사라와 플레움짓을 비롯한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태국 여자배구에서 '황금세대'로 꼽혔다. TVA는 2012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달렸다.
그런데 런던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태국은 일본에게 섭한 감정을 품게 됐다. 일본은 당시 기무라 사오리, 유코 사노, 아리카 사오리, 다케시타 요시에 등 호화 멤버였고 예선전 통과를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일본은 일이 꼬였다. 김연경, 황연주, 한송이, 양효진, 김해란 등에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김희진(현대건설)이 뛰고 있었고 김형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한국에 덜미를 잡혀서였다.
그리고 논란이 된 고의 패배 경기가 나왔다. 일본은 세계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가 세르비아였다. 해당 경기에서 태국에게 경우의 수가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은 일본이 세르비아에 이기면 태국이 한국, 일본과 함께 런던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럴 경우 일본은 올림픽 본선에서 강팀과 묶일 가능성이 컸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일본은 져야했다. 세트 스코어 0-3, 0-1로 패할 경우 세르비아와 태국이 런던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다. 일본은 지더라도 2-3으로 패해야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미국, 브라질 등 강호를 피할 수 있었다.
두팀 승부는 풀세트까지 갔고 일본은 세르비아에 2-3으로 졌다. 태국의 올림픽 본선행 꿈이 사라졌다. TVA는 단단히 화가 났다. 태국 입장에선 4세트 상황이 이해가 안될 법했다.
일본이 2-1 세트 리드를 잡은 가운데 해당 세트에서도 19-16으로 앞서있었는데 이후 세르비이가 연속 점수를 내 4세트를 가져왔다. 태국은 '말이 안되는 경기'라면서 국제배구연맹(FIVB)에 제소까지 했다. FIVB는 "고의 패배는 없었고 승부 조작 혐의도 찾을 수 없다"고 태국 주장을 일축했다.
당시 일본대표팀 사령탑이던 마나베 마사요시(현 IBK기업은행) 감독은 세르비아전을 마친 뒤 "선수들도 너무 지쳐있었고 우리에겐 두 세트 획득이 필요했다. 무리를 해서 이길 이유는 없다"고 말해 가뜩이나 화가 난 태국을 자극했다.
4년 뒤 2016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도 태국은 일본에 막혔다. 태국과 일본전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다. 그런데 5세트 태국 벤치쪽 테블릿 PC가 오작동했다.
태국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주심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당시 주심은 이를 경기 지연 행위로 판단해 두 차례 연속 레드카드를 줬다. 순식간에 2점을 내준 태국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태국에 끌려가던 일본은 세트를 뒤집고 역전승했다. 태국은 이때 패배로 다잡았던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쳤다. 노골적인 일본 밀어주기 편파 판정 논란이 있었다.
2020 도쿄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선 태국은 일본과 악연은 이어지지 않았지만(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했다) 김연경이 버티고 있던 한국을 넘지 못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바라던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예선전 제도를 대신해 랭킹 포인트와 각 대륙별 선수권대회 우승팀에게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주는 것으로 변경됐다.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자 태국은 마침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LA 올림픽 본선행을 자신하던 일본은 준결승에서 만난 태국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런 다사 다난한 과정을 겪었기에 태국 선수들은 중국과 결승전을 마친 뒤 모두 다 펑펑 울음을 쏟았다.
류한준 기자 hantae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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