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여전히 귀족 스포츠인가…숫자로 다시 보는 진입장벽[이준호의 골프 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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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 골프장을 찾은 이용객은 3년 연속 감소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한국 축구가 유소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K-축구 혁신위원회가 천안에서 연 경청회에서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뛸 운동장이 없다", "대회는 가장 덥거나 추울 때만 열린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쏟아냈다. 남의 종목 이야기로 흘려듣다가, 문득 골프가 겹쳐 보였다. 축구계가 유소년 육성이라는 뿌리를 고민하는 사이, 골프는 그보다 앞선 단계, 사람들이 발을 들이는 '입구'부터 좁은 건 아닐까. 이 물음에 골프의 '입구', 그리고 저변과 진입장벽에 대해서 살펴보게 됐다.

기본적인 질문부터 던져 보자. 한국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몇 명일까. 놀랍게도 딱 떨어지는 답이 없다. 대한골프협회의 '2023 한국골프지표'는 2023년 골프 활동 참가자를 624만 명, 20세 이상 인구의 16.9%로 집계했다. 반면 유원골프재단과 서울대가 낸 '한국 골프산업백서 2024'는 골프 인구를 700만 명 이상으로 봤고,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추정은 515만 명대다. 같은 해를 두고 515만에서 700만까지, 편차가 185만 명에 이른다. 집계 기준이 저마다 다른 탓이다. 한 해에 한 번이라도 친 '활동 참가자'를 세느냐, 최근 몇 년의 경험자까지 넣느냐에 따라 숫자가 갈린다. 업계에서 흔히 '500만 골퍼'라 뭉뚱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변을 논하기 전에, 무엇을 우리 골프의 저변으로 볼 것인지부터 기준이 제각각인 셈이다.

그래도 분명한 신호는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골프장을 찾은 이용객(연인원)은 4,641만 명으로, 전년보다 약 100만 명(2.1%) 줄며 3년 연속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부풀었던 수요가 가라앉는 국면인데, 새로운 골퍼가 그 빈자리를 얼마나 채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일까. 가장 먼저 지목되는 건 역시 돈이다. 대한골프협회 조사에서 2023년 골프 이용자의 시설별 월평균 지출액은 골프장 45만8천 원, 연습장 22만9천 원, 스크린 17만6천 원이었다. 한 소비자 조사에서는 필드 경험자의 82.7%가 '최근 2~3년 새 국내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졌다'고 답했다. 실제로 대중형 골프장 그린피는 2025년 5월 기준 주중 17만 원, 주말 21만 원 안팎으로 최근 2년은 소폭 내렸지만, 2020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주중 4만 원·주말 3만8천 원이 더 비싸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는 같은 기간에도 계속 올랐다.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골프에는 남다른 세금이 붙는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한 번 라운드할 때 개별소비세 1만2천 원에 교육세·농어촌특별세·부가가치세까지 더하면, 입장객 1인당 2만1천 원가량의 세금이 얹힌다. 여기엔 이를 '사치'로 보는 시선이 깔려 있는데, 헌법재판소도 이 개별소비세를 두고 "여전히 사치성 소비의 성격이 있다"며 합헌으로 유지해 왔다. 다만 대다수 아마추어가 찾는 대중형 골프장은 이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다. 요금을 기준 아래로 묶는다는 조건과 맞바꾼 혜택이다.

더구나 골퍼의 지갑을 여는 건 그린피만이 아니다. 라운드 한 번에는 캐디피와 카트비가 사실상 세트로 따라붙는다. 팀당 캐디피는 15만 원이 대세가 됐고(2026년 초 조사 대상 골프장의 4분의 3), 카트비도 10만 원 시대다. 대중형 골프장 중 팀당 10만 원을 넘는 곳이 2019년 1.5%에서 올해 81.3%로 치솟았고, 8만 원 이하인 곳은 열 곳 중 한 곳도 남지 않았다. 얼마 전 이 지면에서 슬로플레이를 다루며, 필자는 노캐디·마셜캐디처럼 캐디를 선택할 수 있는 골프장이 전체의 40%를 넘었다고 짚은 적이 있다. 반갑게 들리지만 뒤집으면, 나머지 열 곳 중 여섯 곳은 아직 캐디가 사실상 의무라는 뜻이다. 싫어도 팀당 15만 원을 나눠 내야 하는 구조가 여전히 다수다. 4인 한 팀 기준으로, 그린피 바깥에서만 1인당 6만~7만 원이 더 붙는다.

'골프 치러 일본 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문제는 그 요금 상한 약속부터 헐겁다는 데 있다. 2024년 기준 대중형 상한(봄·가을 평균 주중 19만7천 원, 주말 25만8천 원)을 넘긴 곳이 전체의 22.6%, 다섯 곳 중 한 곳꼴이다. 혜택은 받되 요금은 기준을 넘는 골프장이 이만큼이라면, 제도가 제 몫을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에도 2024년 골프장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30%를 웃돌았다(대중형 36.9%, 회원제 19.9%). 높은 이용료를 비용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대목이다. 축구 경청회에서 나온 "정책은 있는데 현장은 그대로"라는 지적이, 골프에도 고스란히 포개진다. 그리고 이 모든 부담은 라운드 값에 얹혀, 결국 골퍼의 지갑으로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이웃 일본과 견주면 격차가 뚜렷하다. 한 조사에서 국내 대중형 골프장의 평일 그린피는 일본의 2.3배 수준이었고, 캐디피와 카트비까지 포함하면 그 차이는 약 3배까지 벌어졌다. 일본은 평일 퍼블릭에서 카트를 저렴하게 쓰거나 캐디 없이 치는 경우가 흔해 부대비용 자체가 얇다. '골프 치러 일본 간다'는 말이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된 이유다.

그 부담은 골퍼를 아예 국경 밖으로 내몬다. 골프지표에 따르면 해외 골프 경험이 있는 참가자의 65.8%가 2023년 한 해에도 해외로 라운드를 나갔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순이다. 물론 해외 골프를 택하는 이유가 비용 하나뿐일 리 없다. 여행과 휴양, 새로운 코스를 경험하려는 수요도 있다. 다만 항공료까지 감수하며 해외 라운드를 택하는 골퍼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국내 골프장의 가격 경쟁력을 다시 묻게 한다.

한때 골프는 젊어지는 듯 보였다. 골프 인구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2020년 5.0%에서 2023년 10.9%까지 올랐고, 여성 비중도 31.2%에서 34.1%로 늘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젊은 층의 골프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 그 배경에서 빠지지 않고 지목되는 것이 비용 부담이다.

골프를 망설이게 하는 건 돈만이 아니다. 함께 칠 일행이 있어야 하고 부킹부터 수월찮은 골프 특유의 문화는, 첫발을 유독 무겁게 만든다. 여기에 초보자가 익혀야 할 규칙과 에티켓, 기술적 부담까지 더해지면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낯섦은 커진다.

돌이켜보면 한국 골프의 성장 과정은 대중화와 거리가 있었다. 회원제 골프장이 회원권 분양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시기를 거치며, 골프는 오랫동안 '가진 사람의 운동', '접대와 비즈니스의 무대'라는 이미지를 입었다. 그 오래된 이미지는 높은 비용 구조를 골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 배경이기도 했다. 그 사이 사람들은 더 저렴한 대안으로 눈을 돌린다. 최근 5년 새 급성장한 파크골프가 그렇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만 2020년 4만여 명에서 올해 23만 명으로 불었다. 비용과 접근성 면에서 부담이 낮은 파크골프로 눈을 돌리는 고령층도 늘고 있다. '대중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높은 비용과 굳어진 인식의 틀을 건드리지 않는 한 '누구나의 운동'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레슨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배우는 재미는 붙였는데, 필드를 자주 나가기가 부담스러워요." 스크린과 연습장은 꾸준히 다녀도, 정작 필드는 어쩌다 한두 번에 그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배우는 문은 열렸지만, 그걸 꾸준한 취미로 이어가는 문턱은 여전히 높다. 골프가 '누구나 즐기는 운동'이라는 말과 이 체감 사이의 거리가, 지금 우리 저변의 현주소다.

사실 이러한 공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알면서도 손대지 못한 채 지나온 문제다. 스포츠계의 낡은 시스템과 정책의 모순이 곳곳에서 도마에 오르는 지금은, 골프도 제 입구를 다시 들여다볼 좋은 기회다. 한 골퍼로서 바라는 것도 단순하다. 골프가 한때의 과시나 유행으로 소비되기보다, 오래 곁에 두고 즐기는 운동으로 남는 것이다. 골프 인구를 세는 기준조차 제각각인데,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대중화를 말하고 있는가. 비용과 접근성이라는 문턱 앞에서, '골프는 여전히 귀족 스포츠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결론을 서둘러 내리기보다, 이 질문을 우리 모두의 앞에 함께 놓아보고 싶다.

이준호 스윙다인 아카데미 대표/KPGA PRO(Class A)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참고: 대한골프협회 '2023 한국골프지표', 한국골프장경영협회 '2025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 유원골프재단·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한국 골프산업백서 2024',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레저백서 2025'(골프 인구·연령·성별·그린피·부대비용·영업이익률), 엠브레인 '2024 골프산업 기획조사'(이용료 체감),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 및 2023년 골프장 세제·분류 개편 자료, 대중형 골프장 캐디피·카트비 실태 조사,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원·이용 인구 통계, 한·일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 비교 자료.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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