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준호 칼럼니스트] '딸깍', 터치 한 번이면 정보가 넘치는 시대다. 주식과 부동산, 다이어트와 육아, 헬스장 운동 루틴까지, 무엇 하나 배워 보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열면 필터 없는 조언이 순식간에 화면을 채운다. 전문가도, 전문가처럼 보이는 사람도 저마다 정답을 말한다. 어느 분야든 사정은 비슷한데, 골프라고 다를 리 없다.
요즘 골퍼는 스윙을 '배우지' 않는다. '다운로드' 한다. 레슨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휴대폰부터 켜고, 간밤에 본 영상 열 개의 조언을 몸에 욱여넣는다. 문제는 그 열 개가 서로 싸운다는 것이다. '손목을 고정하라'는 프로와 '풀라'는 프로가 한 스윙 안에서 부딪히니, 공이 똑바로 갈 리 없다. 이런 스윙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난다.
골프에서도 문제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걸러 줄 잣대가 없다는 데 있다. 누구나 코치가 되어 말하고,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제목일수록 위로 밀어 올린다. '3일 만에 비거리 20미터' 같은 것들이 검증도 맥락도 없이 머릿속에 쌓인다.
여기서 첫 번째 그늘이 생긴다. 이론의 과잉이다. 골프 스윙은 아는 게 많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충돌하는 조언이 뒤엉키면, 몸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굳어버린다. 근거도 있다. 골프 퍼팅 연구들에서, 팔·손목 같은 '내 몸'에 의식을 집중한 그룹은 클럽 헤드나 목표처럼 '몸 바깥'에 집중한 그룹보다 정확도와 일관성이 떨어졌다. 주의 초점을 다룬 약 180편의 연구가 대체로 같은 결론을 냈다. 스윙 팁을 많이 볼수록 몸의 부위 하나하나를 더 의식하게 되는데, 그 '의식 과잉'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동작을 방해한다. 스무 개의 이론을 외면서도 정작 자기 것이라 부를 스윙 하나는 갖지 못하는 골퍼가 많은 이유다.
두 번째 그늘은 더 깊다. 무분별한 '따라 하기'다. 화면 속 톱프로의 화려한 동작이 유행하면, 며칠 뒤 연습장 곳곳에서 똑같은 동작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동작은 그 선수의 체격과 수천 시간의 훈련 위에서만 겨우 작동한다. 토대 없이 결과만 따라 하면, 남는 건 어설픈 겉모양과 다치기 쉬운 몸뿐이다. 정작 셋업과 균형 같은 기본은 지루하다고 건너뛰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자꾸 남을 흉내 내는 데엔 심리적 이유가 있다.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이를 '사회적 증거'라 불렀다. 무엇이 옳은지 확신이 없을 때, 사람은 '많은 이가 하는 것'이나 '전문가처럼 보이는 이가 하는 것'을 정답으로 여긴다. '많이 봤으니 맞겠지, 유명하니 맞겠지' 하는 마음에, 인기가 곧 신뢰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맞는 답이 내 몸에도 맞으리란 보장은 없다.
영상 자체가 문제라는 말은 아니다. 잘 만든 콘텐츠 한 편은 훌륭한 보조 교재이고, 그 덕에 오랜 고민을 푼 골퍼도 많다. 다만 순서가 바뀌면 곤란하다. 미디어가 코치를 '대체'하는 순간, 우리는 매주 스승을 갈아치우는 셈이 된다. 습관 형성을 추적한 한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동작이 몸에 배어 '자동'이 되기까지 평균 약 66일, 길게는 200일 넘게 걸렸다. 골프 스윙이 감각으로 자리 잡으려면 두어 달의 일관된 반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방법을 매주 바꾸면, 그 시계는 번번이 처음으로 되감긴다. 이론을 하나씩 옮겨 다니는 건 맛집 탐방과 닮았다. 매번 새 집만 다니는 사람에게 '단골'이 없듯, 스윙도 한 곳을 꾸준히 다녀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세 가지를 권한다. 첫째, 믿을 만한 하나의 기준(코치든 방법이든)을 정하고 몸에 밸 때까지 충분히 머무를 것. 둘째, 영상은 그 기준을 보완하는 용도로만 쓸 것. 셋째, 잘하고 있는지는 '그 프로를 얼마나 닮았나'가 아니라 '내 공이 얼마나 일관되게 날아가나'로 판단할 것. 결국 좇아야 할 것은 화면에 근사하게 담기는 '보여주기 위한 스윙'이 아니라, 한 타를 줄여 주는 '샷을 위한 스윙'이다. 따라 할 게 있다면 남의 폼이 아니라, 그 사람이 공을 다루는 방식이어야 한다.
우리는 15초짜리 숏폼에 길들여지며 무엇이든 빠른 피드백과 자극을 기대하게 됐다. 하지만 스윙의 본질은 그렇게 잡히지 않는다. 오늘 본 팁으로 내일 바뀌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쳐야 하는지를 천천히 몸으로 익혀야 흔들리지 않는다. 빠름을 좇기보다 느리게 본질로 걸어가는 편이, 돌아보면 가장 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스윙의 기준을 하나 두고 싶다. 화려함이나 비거리가 아니라, 오래도록 부상 없이 반복할 수 있는 스윙이다. 몸이 상하지 않고 꾸준히 되풀이할 수 있어야 실력도 쌓이고 골프도 평생 즐긴다. 그러니 가끔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십 년 뒤에도 편히 휘두를 내 스윙 하나에 천천히 집중해 보자. 그 지루한 반복이, 실은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이준호 스윙다인 아카데미 대표/KPGA PRO(Class A)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참고: 습관 형성 연구(Lally 외, 2010,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주의 초점(내적·외적 집중) 관련 골프 퍼팅 연구(Wulf 등),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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