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증발 막혀 체온 조절 어려워…심장·호흡기 부담 커져
신장·당뇨·암 환자, 수분·약물·운동량별 맞춤 관리 필요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기온에 습도까지 높은 ‘고온다습한 폭염’이 이어지면 몸은 열을 식히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땀이 나도 피부에서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체온이 오르고, 심장과 폐가 떠안는 부담도 커진다.
이런 날씨에 심부전과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만성 신장질환 등을 앓는 중증·만성질환자는 같은 더위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수롭지 않은 피로감으로 넘겼다가 기저질환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평소와 다른 신호를 눈여겨봐야 한다.
신현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습도가 높은 폭염은 땀 증발을 막아 체온 조절을 어렵게 하고 심장과 폐의 부담을 키운다”며 “중증·만성질환자는 온열질환과 기저질환 악화 위험이 높은 만큼 무리한 외출과 활동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폭염을 견디는 기본 수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낮 활동을 줄이고 시원한 실내에서 쉬면 된다. 그러나 질환에 따라 챙겨야 할 수분량과 살펴야 할 증상이 달라 각자 상태에 맞춘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심혈관질환자는 몸이 열을 식히려 혈액을 피부 쪽으로 보내면서 심장이 더 빨리 뛴다. 여기에 땀으로 수분까지 빠져나가면 혈액이 끈적해지고 혈압도 흔들린다. 협심증과 심부전, 부정맥이 악화하기 쉬운 조건이다. 흉통이나 호흡곤란, 심한 어지러움이 나타나면 곧바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질환자도 탈수와 혈압 변화가 위험 요인이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평소와 다른 심한 두통이 생기면 지체 없이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COPD와 천식 환자는 덥고 습한 공기 탓에 숨쉬기가 버거워진다. 냉방이 되는 실내에서 지내고 처방받은 흡입제를 거르지 않는 게 우선이다. 평소보다 숨이 차거나 쌕쌕거림이 심해지는지도 살펴야 한다.
치매와 파킨슨병 환자는 더위나 갈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 보호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물을 권하고 실내 온도와 환기 상태를 챙기는 이유다. 갑작스러운 의식 변화나 보행 장애 악화도 온열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만성 신장질환자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에 취약하지만, 그렇다고 물을 무작정 많이 마시면 오히려 위험하다. 신장 기능과 심부전 동반 여부에 따라 적정량이 달라 의료진 권고를 따라야 한다. 소변량이 줄거나 부종이 심해지고 의식이 흐려지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식사량과 활동량이 달라지면서 고혈당과 저혈당 위험이 함께 커진다. 혈당을 평소보다 자주 확인하고, 인슐린과 혈당강하제는 차량 내부처럼 온도가 크게 오르는 곳에 두지 말아야 한다.
암 치료 중인 환자는 체력과 체온 조절 능력이 함께 떨어진다. 장시간 외출을 피하고 충분히 쉬되 근육 운동까지 멈출 필요는 없다. 벽을 짚고 하는 팔굽혀펴기나 생수병을 활용한 저강도 근력운동을 하루 10∼15분 이어가면 근감소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식욕이 없어도 채소와 과일, 양질의 단백질을 챙겨 체중과 근육량이 급격히 줄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은 갈증이 생기기 전부터 조금씩 자주 마시는 편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이온음료로 전해질을 보충하되,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이 있다면 당분과 전해질 함량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지나치게 차가운 음료는 복통이나 설사를 불러 오히려 탈수를 키울 수 있다.
평소 복용하던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는 일도 금물이다. 더위 탓에 컨디션이 떨어졌다고 느껴도 약물 조절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신현영 교수는 “어지러움과 극심한 피로감, 의식 저하, 호흡곤란, 흉통을 단순한 더위 증상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며 “질환에 맞게 수분과 약물, 활동량을 조절하고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신속하게 진료받는 것이 중증 합병증을 막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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