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손보 육성 한계…오렌지라이프 인수 성공 시나리오 주목
‘1조 투입하고 1조 더’…롯데손보 인수, 가격보다 무거운 자본 부담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과거 ‘오렌지라이프’ 성공 시나리오를 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해보험 출범 4년째를 맞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롯데손보 인수를 통해 종합손해보험사로서 체급을 완성시키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EZ손보는 올해 1분기 9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6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보험손익은 81억원 적자를 냈고 투자손익도 16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 부진이 이어졌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지주가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해 출범한 2022년 7월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순손실은 2023년 78억원에서 2024년 174억원, 지난해에는 323억원으로 늘었다.
신한금융은 디지털 손보사 육성을 위해 그간 꾸준히 지원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했고 여행자보험과 운전자보험, 건강보험, 면역질환보험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했다. 토스인슈어런스 등 디지털 GA와의 제휴를 늘리고 그룹 통합 플랫폼 ‘슈퍼SOL’에 상품을 탑재하는 등 판매 채널도 다변화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외형은 성장했다. 보험수익은 꾸준히 늘었고 신계약도 증가했다. 지난해 신계약률은 650.45%로 전년(290.20%)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외형 성장만큼 비용도 빠르게 불어났다. 신계약 확대에 따라 모집수수료 등 사업비 부담이 커졌고, 보험금 지급 증가로 보험서비스비용도 243억원에서 360억원으로 48% 늘었다. 보험수익은 증가했지만 보험금과 계약 취득비용이 더 빠르게 불어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신한EZ손보의 부진이 단순한 실적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손보 전략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디지털 손보사는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다. 상품과 판매 채널을 확대했지만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신한EZ 한계에 꺼낸 롯데손보 카드…인수 이후도 ‘자본 부담’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그룹의 롯데손보 인수 타진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인수합병(M&A) 시나리오로 평가받는다.
신한EZ손보는 총자산 3000억원 규모의 소형 디지털 손보사인 반면 롯데손보는 자산이 14조원을 웃도는 중견 손보사다. 인수가 성사되면 장기보험 계약과 설계사 조직, 일반보험 영업기반 등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어 손해보험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롯데손보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매각가가 기존 2조원 수준에서 1조원 안팎까지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수 이후 추가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상태다. 내년부터 기본자본 K-ICS 비율 50%를 충족해야 하지만 올해 3월 말 기준 해당 비율은 -19.4%에 머물렀다.
이를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약 1조4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부실자산 정리 부담까지 감안하면 인수 이후에도 1조원 안팎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사 인수에 1조원을 투입할 경우 신한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약 28b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거래 성패는 인수가격과 추가 자본 투입 규모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신한라이프 성공 방정식, 손보 인수전에도 먹힐까
신한금융은 보험사 인수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신한생명과 통합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고, 현재는 생명보험업계 4위의 핵심 비은행 계열사로 키워냈다. 은행과 카드, 증권, 생명보험은 모두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손해보험 부문은 여전히 경쟁력이 약한 만큼 롯데손보 인수에 적극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손해보험은 생명보험과 사업 구조가 다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와 일반보험,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강화되는 자본규제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훨씬 많아 오렌지라이프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재무구조 정상화와 시너지가 현실화하면 롯데손보의 이익 수준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고려하면 인수가격은 시장 예상보다 상당히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M&A를 위해 오버페이하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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