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한화생명, 애큐온 ‘1조’ 베팅…김동원은 왜 M&A에 꽂혔나

  • 0

기업금융 강화·저축은행 4위권 도약…금융 퍼즐 완성
보험손익 둔화 속 비은행 확대…한화금융, M&A 시험대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그래픽=정수미 기자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한화생명이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눈앞에 두면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인수·합병(M&A)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외 보험사와 은행, 증권사를 잇달아 품으며 글로벌 금융사업을 키워온 김 사장이 이번에는 국내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을 동시에 확보해 한화 금융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큐온캐피탈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EQT파트너스는 최근 한화생명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약 96%로, 시장에서는 거래 규모를 1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은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을 한 번에 품게 된다.

◇기업금융·저축은행 한 번에…빈칸 메우는 한화 금융

애큐온캐피탈은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여신전문금융회사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결 총자산은 9조3000억원이며,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09억원, 당기순이익 175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 입장에서 가장 큰 매력은 사업 구조다. 애큐온캐피탈은 기업대출 비중이 98.4%에 달하는 기업금융 특화 캐피탈사로, 인수금융과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 투자 등 보험사가 직접 확대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패키지로 따라오는 애큐온저축은행도 이번 거래의 핵심 자산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서울과 부산 등 주요 거점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경기권 중심인 한화저축은행과의 영업망 보완 효과도 기대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애큐온저축은행 자산은 5조861억원, 한화저축은행은 1조4624억원이다. 단순 합산하면 총자산은 6조5485억원으로 웰컴저축은행(5조8998억원)을 넘어 업계 4위권 규모가 된다.

다만 두 저축은행의 즉각적인 합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규제상 수도권 저축은행 간 합병은 자산건전성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여신 영업 연계와 고객 기반 확대, 계열사 간 상품 협업 등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 1분기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총자산 및 순이익. /그래픽=정수미 기자

◇해외 이어 국내까지…김동원식 M&A 확장

한화생명은 최근 몇 년간 해외 금융사 인수에 적극 나섰다. 2023년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를 잇달아 품었다. 국내 보험사가 해외 은행업과 미국 증권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초기에는 공격적인 확장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 해외 사업 성과가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연결 지배주주순이익은 32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5% 증가했다. 반면 별도 기준 보험손익은 624억원으로 40.1% 감소했다. 보험 본업의 성장세는 둔화한 반면 반면 해외 법인과 비보험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는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는 보험업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보장성보험 경쟁 심화, 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상품 판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캐피털사는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사업이다. 기업대출과 인수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자산을 확보할 수 있고, 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한화손해보험 등 기존 금융 계열사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화 금융그룹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에 이어 캐피털까지 주요 금융업권을 대부분 갖추게 된다. 여기에 해외 은행과 증권사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외를 아우르는 종합금융 체제도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김동원 사장의 금융 부문 리더십이 본격화하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경영 일선 참여 초기부터 금융 부문을 전담해왔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조선·에너지,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유통·호텔·신사업을 이끌며 삼각 편대를 이끄는 구조다.

반면 김 사장의 애큐온 ‘1조’ 베팅은 인수 가격과 자산건전성이라는 파고를 넘어야 한다.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이 우량 매물로 평가받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둔화 여파로 제2금융권 전반의 연체율과 건전성 부담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애큐온캐피탈 및 애큐온저축은행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아직 최종 인수 확정까지 남은 절차가 만만치 않다”며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인수와 관련된 추가 공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수미 기자 sumipotato@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