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원청교섭 ‘이중 전선’…노사관계 시험대 오른 현대차

  • 0

현대차 노조, 중노위 쟁의조정 신청…쟁의권 확보 돌입
울산지노위 원청교섭 판정 임박…노사 리스크 확대 우려

마주 앉은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 /현대차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하청노동자 원청교섭 문제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면서 노사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연례 임단협 진통을 넘어 ‘원청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다투는 초유의 복합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 여부에 따라 노사관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가 노동당국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1차 임협 교섭에서 사측의 제시안 부재를 이유로 결렬을 선언한 지 사흘 만이다.

노조는 쟁의조정 신청 이후 오는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투쟁 계획을 논의하고, 25일께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노동시간 단축, 신규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요인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원청교섭 이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금속노조가 제기한 현대차 원청교섭 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 사건에 대한 3차 심문회의를 진행한다.

이번 사건은 현대차 하청노조가 지난 3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현대차를 상대로 하청 조합원 1675명에 대한 교섭 요구를 했으나, 회사 측이 사용자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하청노조는 울산지노위에 시정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울산지노위는 지난달 20일 1차 심문회의와 이달 초 2차 심문회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생산·연구·판매·보안·식당 등 다양한 직군의 노동조건과 원청의 실질적 영향력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심문이 장기화됐다.

하청노조는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원청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용자 지위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원청교섭 결의대회’를 개최한 모습. /금속노조

이번 판단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완성차 업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위원회가 현대차의 교섭 의무를 인정할 경우 완성차 업계는 물론 제조업 전반의 노사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임단협 리스크와 함께 교섭 창구 확대까지 겹칠 경우 국내 산업 공동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임단협은 매년 반복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해외 주요 기업의 경우 3~5년 단위로 협상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국내에서는 매년 임단협을 진행하다 보니 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협상을 준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과급 요구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성과급은 본래 기업 실적과 개인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 개념인데 최근에는 사실상 고정적인 요구사항처럼 변질된 측면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강성 노사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 산업정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여건까지 악화되면 기업들은 해외 생산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국내 투자 감소와 산업 공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청교섭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 부담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