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1조 실적에도 연임 불발”...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내부통제 벽 못 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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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첫 순이익 1조원·1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재선임 실패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인선 논란 겹치며 내부통제 부담 부각
농협개혁위 쇄신 기조·각자대표 체제 전환 속 새 리더십 선택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연임 불발까지 타임라인 /내용 정리=최주연 기자,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가 창사 최대 실적에도 연임에 실패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창사 최초로 연간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 기반까지 마련했지만 차기 대표로 재선임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부통제 이슈와 대표 선임 과정 논란, 농협금융의 조직 쇄신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사상 최대 실적에도 연임 불발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신재욱 부동산인프라사업부 대표와 배광수 WM사업부 대표를 차기 각자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두 후보는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신 대표는 IB(기업금융)·운용·홀세일 및 전사 관리 부문을 총괄하고, 배 대표는 WM(자산관리)·디지털·채널·리서치 부문을 맡게 된다. 1970년생인 신 대표와 1972년생인 배 대표가 선임되면서 1967년생인 윤 대표 체제에서 세대교체도 이뤄지게 됐다.

반면 당초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윤 대표는 재선임에 실패했다.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차기 경영진 후보군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임기 만료 이후 후임 선임 때까지 대표직을 수행해 온 윤 대표는 실적 측면에서만 보면 연임 명분이 충분했던 인물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창사 최초로 연간 당기순이익 1조31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367억원, 당기순이익 4757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1분기 순이익만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IMA 사업 인가를 획득하며 초대형 투자은행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실적과 사업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던 배경이다.

◇ 실적보다 무거웠던 내부통제 부담

하지만 최근 잇따른 내부통제 이슈는 윤 대표 체제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2023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공개매수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아왔다. 해당 사건은 윤 대표 재임 기간에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나며 내부통제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 됐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관련 임원과 이해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금융당국은 공개매수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윤 대표는 이후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임원 주식 거래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사고 이후 대응보다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이 최고경영자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홍콩 H지수 ELS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와 내부통제 책임을 강조하면서 금융회사 CEO에게 요구되는 기준도 한층 높아졌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CEO 평가 기준이 수익성 중심에서 책임경영과 내부통제 역량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이번 인선과 내부통제 이슈를 연결하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은 개인의 일탈 성격이 강한 사안"이라며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대폭 강화했고 현재는 업계에서도 내부통제 운영 사례를 참고할 정도로 관련 체계를 정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 쇄신 기조 속 선택된 새 리더십

대표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도 부담을 키웠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달 초 차기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부문 대표가 보직 해임되면서 윤 대표의 인선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인사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농협금융의 인사 기조 변화 역시 주목된다. 농협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농협 개혁 권고안'을 발표하며 책임경영과 내부통제 강화, 인사제도 개선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보다 앞서 농협금융 계열사 전반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역량을 중시하는 쇄신 인사가 이어졌다. 특혜·공금 낭비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혁신 인사 약속이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 역시 사업 규모 확대와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단독대표 체제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된 윤 대표는 후임 선임 때까지 대표직을 수행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을 단순한 CEO 교체보다 사업 부문별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IB·홀세일 중심의 신재욱 대표와 WM·디지털 중심의 배광수 대표를 전면에 배치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단순한 실적 평가 결과라기보다 조직 안정성과 책임경영 기준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현직 CEO가 물러나게 된 것 자체가 금융권 CEO 평가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내부통제 이슈와는 무관하다"며 "각자대표 체제 도입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세대 리더십 구축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prot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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