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경상수지 283억달러 흑자…역대 두 번째 규모
환율 1550원 돌파…외환시장 이미 6월 리스크 반영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한국 경제가 4월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실시간 FX 거래 기준 1550원선을 넘어섰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외환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제지표와 시장 흐름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두 달 시차'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6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 3월(379억3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은 이로써 36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갔다.
흑자 확대는 수출이 이끌었다. 상품수지는 338억8000만달러 흑자로 역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수출은 905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4.5% 증가했으며 반도체 수출은 171.4% 급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품목 호조와 미국·중국·동남아 수출 증가가 전체 흑자를 견인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 강세 요인이다. 수출 증가로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역대급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1529.7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한 뒤 야간거래에서 장중 1540.3원까지 치솟았다. 상승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실시간 FX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50.10원까지 오르며 1550원선을 돌파했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며 오전 10시43분 현재 1547~1549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는 경상수지 통계와 외환시장이 바라보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경상수지는 4월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지만 외환시장은 이미 6월의 위험 요인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환율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수출보다 중동 전쟁과 미국 관세정책, 외국인 자금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환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환위험관리지원센터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합의를 발표했지만 헤즈볼라가 이를 거부하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매도는 단순 차익실현보다 자산 비중 조정(리밸런싱) 성격이 강해 달러 역송금 수요를 자극하며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했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강화됐다.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국제수지에서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12억4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은은 전월보다 매도 규모가 크게 줄어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평가했지만 이는 4월 상황에 대한 진단이다. 현재 외환시장은 이후 전개된 중동 정세 악화와 외국인 매도 확대 등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환율 움직임을 경상수지보다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약세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중동 정세"라며 "중동 상황이 빠르게 진정되면 원화가 상당히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4월 경상수지 성적표는 역대급이었지만 시장은 이미 다른 국면을 보고 있는 셈이다. 경제는 4월을 설명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은 중동 전쟁과 관세 갈등, 외국인 자금 흐름이 반영된 6월을 거래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prot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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