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상자 속의 양'으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가족이라는 익숙한 화두에 인공지능(AI)이라는 현대적 소재를 접목한 이번 작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4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상자 속의 양'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주연 배우 쿠와키 리무가 참석했다.
'상자 속의 양'은 세상을 떠난 아이를 대신해 한 가정에 들어온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쁨과 언젠가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이 교차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와 공존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착안한 작품으로, 보이지 않아도 존재를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담아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영화를 찍은 적도 있고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나라"라며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더욱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고레에다 감독이 '어느 가족' 이후 처음으로 일본 영화에서 직접 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생성형 AI를 둘러싼 현실에서 영화의 출발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몇 년 전 중국에서 고인을 AI로 복원하는 사업이 활발하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직접 현장을 찾아 관련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기술을 확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AI는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는 존재다. 그 거리감 자체를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는 인간과 휴머노이드, 그리고 숲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등장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전혀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라며 "공존의 가능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아야세 하루카는 극 중 어머니 오토네 역을 맡아 고레에다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후 약 10년 만의 재회다.
고레에다 감독은 "예전부터 다시 한번 함께 작업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맡기고 싶었다. 시나리오 작업 단계부터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서로 성장한 상태에서 다시 작품을 만들 수 있어 뜻깊었다"며 "여전히 함께 있으면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배우"라고 신뢰를 보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 데뷔에 나선 아역 배우 쿠와키 리무는 2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참여한 오디션을 거쳐 휴머노이드 카케루 역에 최종 발탁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 역할에 어울린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오디션을 진행할수록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 매번 다른 뉘앙스로 대사를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표현력이 풍부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쿠와키 리무는 캐스팅 소식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합격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족 모두가 너무 기뻐했다. 서로 끌어안고 축하했고 부모님과 누나는 눈물까지 보였다"고 회상했다.
첫 한국 방문에 대한 설렘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뒤 "처음 와보는 한국이라 정말 신난다"며 "시간이 되면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끝으로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는 화면에 담긴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영화 속 휴머노이드와 숲뿐 아니라 화면 밖에 존재하는 것들까지 자유롭게 상상하며 감상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쿠와키 리무는 "사랑을 담고 있는 영화"라며 "보고 나서도 오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상자 속의 양'은 오는 10일 국내 개봉한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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