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벗는 두산…젠슨 황과 협력 확대 기대감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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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오늘 저녁 방한…총수들과 AI 동맹 모색
두산, 반도체 사업 확대…엔비디아와 접점 강화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사진 = 엔비디아 제공)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앞두고 재계에 ‘로봇 바람’이 거세다. 특히 젠슨 황이 이번 방한에서 로보틱스와 반도체 파트너십을 물색하는 가운데 ‘중후장대’의 대명사였던 두산그룹이 최근 반도체와 로봇, 피지컬 인공지능(AI)을 핵심 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엔비디아의 핵심 협력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르면 이날 저녁 입국해 5일부터 본격적인 방한 일정에 돌입한다. 이번 방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다음날(5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서 열리는 이른바 ‘삼겹살 회동’이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졌다.

이번 방한의 핵심 중 하나는 ‘로보틱스 파트너십’이다. 황 CEO는 방한 중 국내 총수들과 AI·로봇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8일에는 서울대 AI 연구원과 로보틱스 연구소를 방문할 계획이다. 앞서 황 CEO는 대만에서 열린 ‘코리아 파트너 나이트’에서 “한국은 훌륭한 생태계를 갖고 있고 기업들도 매우 뛰어나다”며 “엔비디아도 한국의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바라며, 인공지능과 로봇이 한국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두산그룹과의 협업은 가장 눈에 띄는 행보로 꼽힌다. 앞서 지난 4월 29일에는 황 CEO의 장녀인 메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경기 성남시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센터를 방문해 김민표 대표와 만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여기에 황 CEO가 직접 방한해 박정원 회장과 만남을 가질 예정인 만큼 양사 간 로보틱스·AI 협력 논의가 한층 구체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양사 협력의 핵심은 엔비디아의 AI 기술력과 두산로보틱스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결합하는 데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AI·시뮬레이션 인프라를 활용해 로봇 운영체제(OS)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지능형 솔루션 개발, 2028년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 전자BG의 동박적층판(CCL). /두산

엔비디아가 두산그룹과의 협력 확대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최근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중공업 중심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두산은 최근 로봇과 AI, 반도체를 축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국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 인수를 시작으로 AI 반도체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고,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기판 소재인 동박적층판(CCL) 사업에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엔비디아와의 접점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CCL은 절연체 양면에 동박을 입힌 판으로, 전자제품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원재료다. GPU 칩이 ‘두뇌’라면 CCL은 그 두뇌와 시스템 전체를 연결하는 ‘신경망 기반’에 해당한다. 칩과 메인보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반도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실제 AI 가속기 아래에 들어가는 고다층 기판 역시 CCL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가속기에는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고성능 CCL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AI 가속기가 초고성능화되면서 연산 성능 자체보다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사양 CCL 수요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황 CEO가 CCL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아무리 높은 연산 성능을 구현하더라도, 이를 실제 시스템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사양 CCL이 반드시 필요하다.

CCL을 담당하는 두산의 전자BG 부문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 기반 랙스케일 서버용 컴퓨트 트레이에 들어가는 CCL 공급망에 진입하며 AI 반도체 생태계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두산 전자BG의 지난해 매출은 1조8751억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두산 전자BG의 충북 증평공장과 경북 김천공장은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122%, 106%의 가동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풀가동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분당 두산타워. /두산

태국에는 약 1800억원을 투자해 신규 CCL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다. 연내 착공해 오는 2028년 하반기 양산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공급망에서도 주요 CCL 벤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두산은 최근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며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에 나섰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 제조에 필요한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된다면 두산은 AI 가속기용 CCL과 후공정 테스트, 웨이퍼 등 반도체 삼각편대를 완성하게 됐다. 다만 SK그룹이 SK실트론의 미래 가치를 재산정하며 매각 재검토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최종 거래 확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같은 기대감에 시장도 반응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일 16만6700원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 10조원 시대를 열었고, 지주사 두산과 우선주 역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기존 중후장대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AI·반도체 기업으로 빠르게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도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두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 CEO는 오는 7일 잠실구장을 찾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시타자는 박정원 회장이 맡는다. 황 CEO는 엔비디아 창립연도(1993년)를 의미하는 ‘93’, 박 회장은 두산 창립연도(1896년)인 ‘96’이 새겨진 유니폼을 각각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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