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번호도 없는 옷, 잠실 그라운드 적신 복귀 첫날의 촉촉한 땀방울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앞두고, 원정팀 더그아웃 뒤편 그라운드에 야구팬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화의 대형 2루수 계보를 이었던 정은원(26)이었다.
1년 6개월이라는 군 복무의 공백을 깨고 마침내 돌아온 순간이었다. 지난 1일 상무 야구단에서 전역하며 마침내 민간인 신분이 된 정은원은, 제대 이튿날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곧바로 한화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복귀한 그는 초심을 강조했다. 2021시즌 139경기 140안타 6홈런 39타점 85득점 타율 0.283을 기록하며 한화 이글스 역사상 최초의 2루수 골든글러브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스타플레이어였지만, 이날 잠실 그라운드에 선 정은원에게선 과거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신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깊은 간절함이었다.
이날 정은원의 모습은 낯설고도 특별했다. 자신의 상징과도 같던 43번 번호가 박힌 유니폼 대신, 이름도 등번호도 없는 훈련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식 등록 절차를 밟기 전, 하루라도 빨리 팀 분위기에 녹아들고 싶었던 그의 열정이 만들어낸 모습이었다.
현재 한화의 내야는 그가 떠나기 전보다 훨씬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은원의 주 포지션인 2루에는 이도윤이 최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5월 초 하주석이 2군으로 내려간 이후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5월에는 22경기 23안타 12타점 11득점 타율 0.299로 큰 힘이 되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이)도윤이가 잘하고 있는데 (정)은원이가 왔다고 바로 넣으면 그건 안 된다. 지금 잘하고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라며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야구는 끊임없이 경쟁이다. 경쟁해야 팀이 강해진다.
정은원 역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과거 주전 2루수로 당연하게 그라운드를 밟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는 후배들과 그리고 자신과 싸워 이겨야만 번호가 새겨진 진짜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정은원의 표정에는 두려움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상무에서 "소중한 것들을 다시 알게 된 것 같다. 1군에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오랜만이어서 어색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라며 스스로를 돌아보며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그는, 이제 성숙함이라는 무기까지 장착했다.
과거 팀의 고독한 암흑기를 묵묵히 지탱하며 팬들을 웃고 울렸던 소년은, 이제 더 단단해진 남자가 되어 이글스의 심장부로 돌아왔다. 등번호 없는 옷을 입고 잠실 그라운드를 적신 정은원의 땀방울은, 올 시즌 한화의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퍼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한화 정은원이 제대 후 1군에 합류해 함께 훈련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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