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야호'도 못 해…선거철 '정치색' 검문,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이승길의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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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루 피스마저 봉인하는 선거철
손가락 하나, 옷 한 장에 들이대는 현미경 잣대

리센느, 이영지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소셜미디어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대한민국 연예계가 또다시 '정치색 검문'의 계절을 맞이했다.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유행하던 무해한 몸짓과 일상적인 색상마저 특정 정치적 기호로 오해받을까 두려워 아티스트들이 스스로를 검열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숏폼을 휩쓸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리센느(RESCENE)의 밈 '거제 야호'와 갸루 피스 동작의 봉인이다. 평소처럼 손가락을 펼치거나 꺾는 손 동작을 했다가 특정 정당의 기호를 표명했다는 황당한 억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해당 동작을 자제하기로 한 것이다. 농담처럼 넘기기엔 이미 수많은 연예인이 SNS 속 사진 한 장, 의상 한 벌의 색상만으로 정치 성향을 단정 짓는 이들에게 무차별적인 곤욕을 치러왔기에 이들의 몸조심은 차라리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에 가깝다.

선거철마다 도를 넘는 '끼워 맞추기식' 검열은 래퍼 이영지와 에스파 카리나 등의 사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근 이영지는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사진을 올렸다가 때아닌 정치색 논란에 휩싸여 하루 만에 다시 흑발로 염색하고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배경음악으로 코르티스의 '레드레드(REDRED)'를 사용하고 붉은 의상을 입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과거 카리나 역시 붉은 장미 이모티콘과 함께 숫자 '2'가 적힌 상의를 입었다는 이유로 특정 정당 지지자로 낙인찍혀 고개를 숙였고, 방송인 홍진경 또한 단지 붉은색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라 해명에 나서야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룹 아이딧의 멤버 김민재는 무대 종료 시간인 '19시'를 거꾸로 촬영한 콘텐츠를 올렸다가 특정 극우 커뮤니티의 전라도 비하 코드를 숨겨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직면했다. 카메라 방향을 혼동해 찍힌 실수였을 뿐이라는 소속사의 명확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아티스트의 일반적인 감탄사 하나까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사설 탐정 놀이에 열을 올렸다.

미국 여행 중 단지 스타벅스 컵을 들고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가 과거 발언과 엮여 '정치적 인증'으로 오도 당한 인플루언서 최준희의 사례 역시, 대중의 확증 편향이 낳은 피로한 단면이다.

물론 연예인은 공공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일상적인 취향과 사소한 실수가 매번 정치적 청문회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 붉은색 머리가 좋아서 염색을 하고, 미국 여행 중에 커피를 사 마시고, 촬영 도중 실수를 한 것뿐인 일상까지 광적으로 분석해 낙인을 찍는 행위는 대중문화의 숨통을 조이는 폭력과 다름없다. 특정 후보나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이 아님에도, 단지 색깔과 앵글만으로 성향을 단정 짓고 사과를 강요하는 문화는 심각한 왜곡이다.

선거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연예인들을 향한 이 가혹한 '정치색 사상 검증'은 이제 멈춰야 한다. 대중과 미디어가 해야 할 일은 스타들의 SNS에서 불화나 정치색의 증거를 찾아내 마녀사냥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무대를 온전히 즐기는 건강한 거리두기다. 본질을 잃어버린 억측과 검문이 계속된다면, 우리 대중문화계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거대한 검열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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