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래리티법 첫 관문 통과…가상자산 질서 재편 시작

  • 0

SEC·CFTC 관할 구분 명문화…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제한
단순 보유보다 참여 보상 강화…시장 신뢰 경쟁 본격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최근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을 찬성 15표, 반대 9표로 통과시켰다.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코인은 증권일까, 상품일까. 10년 넘게 시장을 흔들어온 질문에 미국이 처음으로 법적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이고 제도권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최근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을 찬성 15표, 반대 9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앞으로 상원 본회의와 하원 통합 심의를 거쳐 최종 입법 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이었다. 일부 크립토 플랫폼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연 4~5% 수준 수익을 제공해왔지만, 전통 은행권은 예금 이탈 가능성을 이유로 반발해왔다. 최종적으로 단순 보유에 대한 이자는 제한하고 결제·거래 등 실제 활동 기반 보상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절충됐다.

법안의 핵심은 감독 권한 정리다. 지금까지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사이 해석 충돌이 반복됐다. 대표 사례가 리플(XRP)이다. 리플은 2020년 SEC 소송 이후 수년간 규제 불확실성에 놓였다.

올해 3월 SEC와 CFTC는 공동 해석 지침을 통해 리플(XRP),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디지털자산 16종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했다. 다만 이는 행정 해석 수준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클래리티법이 최종 통과되면 해당 기준이 법률로 정착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 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글로벌 블록체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는 규제 이후에는 단순 보유보다 네트워크 기여와 실제 서비스 참여 중심으로 보상 체계가 재편될 것으로 분석했다. 규제가 시장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참여가 가치 있는지를 다시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아시아 국가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금융위원회 로드맵에 따라 일부 기관투자자 대상 디지털자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반면 태국은 최근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함께 추진하며 제도권 편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장 구조를 포괄하는 규제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들은 신뢰 확보 경쟁에 먼저 뛰어드는 분위기다. 크로쓰 프로토콜은 서틱과 에이치랩 등을 독립 밸리데이터로 참여시키며 검증 구조를 외부에 개방했고, 포필러스 역시 밸리데이터 사업 핵심 가치로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현국 넥써쓰 대표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검증자들이 네트워크를 더 안정적이고 탈중앙화된 구조로 만든다”며 “공정한 보상 체계와 검증 구조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