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AI 전력 베팅’ 통했다…효성重, 전력기기 증설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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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DC에 3300억 투자…인도 공장 증설도 검토
가동률 104% ‘오버 가동’ 지속…수요 대응 강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중공업 전력기기 생산현장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효성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인프라 수요 급증을 겨냥해 선제적으로 추진한 생산기지 확대 전략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창원 초고압 차단기 공장 완공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생산라인 증설에 속도를 내며 글로벌 전력기기 ‘슈퍼사이클(초호황기)’ 대응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이 지난해 9월부터 10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창원 수출용 초고압차단기 전용 생산공장이 내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공장 신축은 내달 완료될 예정”이라며 “시험설비 가동과 램프업(생산량 증대) 기간을 감안하면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올해 안에는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축 공장에서는 420kV·550kV·800kV급 수출용 초고압 차단기를 생산하며, 생산 제품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증설이 완료되면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차단기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약 1.5배 확대된다. 이 공장은 조 회장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를 선제적으로 내다보고 추진한 투자 전략의 연장선이다. 조 회장은 평소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려면 생산능력 확보가 필수”라는 경영 기조를 강조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효성중공업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전압형 HVDC. /효성

조 회장의 선제 투자 기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는 2020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할 당시 내부의 거센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발전에 따른 싱귤래러티(특이점) 시대가 반드시 온다”며 인수를 주도했다.

이후 조 회장은 총 3억달러(약 4400억원)를 투입해 멤피스 공장을 미국 최대 규모 변압기 생산 거점으로 키워냈다. 올해까지 진행 중인 2차 증설 역시 “AI 전력 인프라 시대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적기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 회장의 주문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HVDC 시장을 겨냥한 대규모 투자도 본궤도에 올랐다. 효성중공업이 총 3033억원을 투입하는 창원3공장 HVDC 증설 건은 지난달 20일 창원시로부터 최종 건축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허가로 효성중공업은 약 7700평 부지에 총 6개 동을 증축하는 공사에 착수했으며, 내년 3분기 완공 및 양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연계와 국가 간 전력망 연결에 필수적인 HVDC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설비 증설은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다. 실제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중공업부문의 생산실적과 가동률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효성중공업의 연간 가동률은 지난 2023년 94.99%에서 2024년 102.37%, 지난해에는 104.15%까지 치솟으며 2년 연속 ‘오버 가동’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공업부문 생산실적은 3조2581억원으로 생산능력(3조1283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분기 역시 94.70%의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규 수주는 4조1745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수주잔고는 15조1000억원에 달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효성그룹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생산 기지 추가 확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현재 글로벌 전력 수요의 또 다른 축인 인도 푸네에 위치한 차단기 공장의 추가 증설 투자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중동 시장의 가파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 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조 회장이 오랜 기간 현장 경영으로 공들여온 전략 거점이기도 하다.

사업 협력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조 회장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알 카아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등과 잇달아 회동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빌 해거티 테네시주 연방 상원의원과도 수차례 회동하며 멤피스 공장 사업 협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효성중공업 주가는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40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6일 장중 462만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조정 국면을 거쳤지만 이날 다시 400만원선을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전력기기인 만큼 관련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AI 산업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력기기 호황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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