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예외는 없다” 삼성 국내외 사업부 칼바람…中 철수가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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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수부터 외주 전환까지…사업 재편 본격화
TV 사업 수장 전격 교체…국내 사업부 경영진단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삼성전자가 50년 넘게 이어온 가전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 생산을 외부로 전환하기로 한데 이어 1992년 한중 수교와 함께 시작한 중국 가전 사업을 과감히 접었다. TV부문 수장도 전격 교체하며 인적·구조적 쇄신에 힘을 실었다. 한때 국내외 가전 시장을 주도했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고강도 칼을 들이댄 것이다.

글로벌 가전 시장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플랫폼과 인공지능(AI)로 급격히 이동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던진 이번 승부수는 단순한 사업 축소가 아니다. 반도체와 AI 등 핵심 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해 DNA를 바꾸려는 ‘사업 구조 전면 재설계’의 신호탄이다.

◆ 중국 가전 공식 철수…R&D·공장 운영은 유지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현지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TV·가전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현지 유통 채널과 협력사에도 판매 중단 방침을 전달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TV·가전 시장 철수는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중국에 진출한 지 34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경쟁 심화와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중국 내 TV·모니터 등 가전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모바일·반도체·의료기기 사업은 유지한다.

한때 삼성전자는 TV와 스마트폰을 앞세워 중국 시장을 주도했다. 2006년 LCD TV ‘보르도TV’를 연간 300만대 판매하며 중국 TV 시장 1위에 올랐고, 스마트폰 역시 2012년 점유율 17.7%, 판매량 3060만대로 현지 시장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29.1%로 1위를 유지했지만, TCL(13.1%)과 하이센스(10.9%)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TCL은 2006년 점유율 4.6%에서 지난해 13.1%까지 성장하며 글로벌 TV 시장 3위에 올랐다. 하이센스 역시 같은 기간 2.0%에서 10.9%로 확대됐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과 자체 패널·부품 공급망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TCL은 글로벌 TV 출하량 점유율 16%를 기록하며 삼성전자(13%)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TCL은 일본 소니와 손잡고 내년 4월 합작 법인 ‘브라비아(BRAVIA)’ 출범을 추진하며 삼성전자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TCL의 TV 출하량 전망치는 3167만대, 소니는 356만대로 양사 합산 규모는 3523만대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예상 출하량인 3500만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부진은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국 판매법인(SCIC)의 2023년 매출은 3조1489억원, 순이익은 1899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매출 2조7548억원, 순이익 3007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개선됐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2조7170억원, 순이익 1681억원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44% 급감했다.

전성기였던 2013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당시 SCIC 매출은 25조6058억원, 순이익은 7434억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순이익 역시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4년 샤오미의 TV 시장 진출과 2017년 사드 갈등에 따른 불매운동도 삼성전자의 중국 사업 부진을 가속화했다. 스마트폰 점유율은 현재 1%대까지 떨어졌고, TV 시장에서도 현지 업체들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중국 본토의 연구개발(R&D) 거점 기능은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기술 트렌드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 특성을 활용한 신제품·신기술 테스트베드로서의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생활가전, TV 관련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기존 쑤저우 가전 공장과 시안·쑤저우 반도체 공장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구매 고객을 위한 애프터서비스(AS) 역시 유지된다.

신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에 선임된 이원진 사장. /삼성전자

◆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수장 교체…플랫폼 중심 체질 개선

중국 철수가 해외 사업 재편이라면, 국내에서는 사업 구조조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일 VD사업부장에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인 이원진 사장을 선임한 원포인트 수장 교체가 화룡점정이다. 구글 출신인 이 사장은 삼성 TV 플러스, 삼성 아트스토어 등 서비스 사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기존 엔지니어 출신이 맡아왔던 VD사업부장을 비개발 출신이 맡게 된 것은 22년 만이다. 동시에 이 사장이 맡아온 글로벌마케팅실은 폐지됐고, 산하 조직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 직속으로 재편됐다. 엔지니어 출신의 용석우 전 VD사업부장은 DX부문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TV 사업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플랫폼·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통상 연말에 단행하던 사업부장 인사를 5월에 전격 실시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내부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DA가 포함된 DX부문 영업이익률은 2022년 7%대로 내려온 이후 2023년 8.46%, 2024년 7.11%, 지난해 6.84%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DX부문이 올해 연간 기준 첫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 VD·생활가전(DA)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감소한 2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생산 전략도 바뀐다. 삼성전자 DA사업부는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에서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방식의 외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유했다. 반면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부가가치가 높은 가전은 자체 생산 기조를 유지한다. 1989년부터 운영해온 말레이시아 가전 공장은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22일 삼성강남에서 진행된 갤럭시 XR 미디어 브리핑에서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장 부사장이 갤럭시 XR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 “가전 사업 점진적 페이드 아웃”…삼성, 미래사업 중심 재편 본격화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 철수와 사업 재편을 단순한 사업 축소가 아닌,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설계하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의 이번 사업 재편을 두고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사업 역량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과정에서, 가전에 투입되던 역량과 자원을 경쟁력이 높은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배치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DX) 시대에 맞춰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도, 현재 가전 부문이 삼성전자 내부에서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 모두에서 부담이 커진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사업 재편은 삼성전자가 기존 가전을 더 이상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중국 업체들의 초격차 추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삼성 입장에서는 점진적인 ‘페이드아웃’ 전략을 고민하는 움직임도 읽힌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시장 철수 배경에 대해서도 “현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 가전과 삼성 제품 간 차별성이 크지 않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 내부적으로도 중국 가전 사업의 성장 비전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사업 비중을 줄이고, 대신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역량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교수는 삼성전자가 단기간 내 가전 사업 전체를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당장 전면 철수보다는 국내외 사업 재편과 선택적 축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향후 10년 동안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삼성전자가 전통 가전 사업에서 점차 발을 빼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향후 삼성전자의 가전 전략에 대해 “삼성은 더 이상 단순 생활가전 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하는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며 “향후에는 기존 세탁기·냉장고 중심의 가전보다는 휴머노이드, 첨단 로보틱스 등 생활밀착형 미래 기기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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