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AI ⑥] “사람보다 덜 피곤했다”…AI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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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연인·상담사 역할까지 침투한 생성형 AI
외로움·관계 피로 파고든 ‘감정 플랫폼’ 경쟁
청소년·고립층 의존 우려에 규제 움직임 본격화

[편집자 주]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의 편의를 넘어 인간의 ‘판단’ 영역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불안과 부작용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1997년 발매된 라디오헤드의 3집 앨범 ‘OK Computer’가 포착했던 세기말적 혼란이 2026년 AI 시대에 다시 소환되는 이유다. 이에 마이데일리는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던 당시 인간이 느꼈던 불안과 혼란을 2026년 현재 AI 광풍 시대에 비춰보는 ‘OK AI’를 시작한다. 기술 진보 뒤에 숨은 변화와 균열, 이에 따른 우리가 마주한 질문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AI가 인간의 가장 깊은 영역인 감정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일본의 한 30대 여성은 최근 자신이 만든 AI 파트너와 상징적인 결혼식을 올렸다. 실제 약혼자와의 관계 문제를 챗GPT와 상담하던 그는 AI와 감정적으로 가까워졌고, 이후 자신만의 AI 파트너를 만들어 연인처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AI가 단순 대화 도구를 넘어 정서적 관계의 대상이 된 장면이다.

검색과 업무 효율을 돕던 AI가 인간의 가장 깊은 영역인 감정까지 파고들고 있다. 일본의 사례처럼 AI는 이제 친구·연인·상담사 역할을 자처하며 인간관계의 빈틈을 빠르게 메우는 모양새다.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AI와 먼저 상의하거나, 외로움과 불안을 챗봇에 털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AI 스타트업들은 최근 ‘감정형 AI’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생성형 AI가 정보 검색과 생산성 향상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용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AI와 먼저 상의하거나, 외로움과 불안을 챗봇에 털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 “항상 답하고 판단하지 않는다”…커지는 AI 동반자 시장

AI 동반자 시장은 이미 틈새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 대표 서비스는 ‘캐릭터AI’와 ‘레플리카’다. 캐릭터AI는 2025년 기준 월간활성이용자 20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AI 기업 ‘미니맥스’는 누적 이용자 2억3600만명을 공개했다. 국내 스타트업 뤼튼도 일본 시장용 스토리형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AI 동반자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충격적인 과몰입 양상도 나타난다. 실례로 일본에서는 한 30대 여성이 자신이 만든 AI 파트너와 상징적 결혼식을 올렸다. 한 미국 이용자는 챗GPT와 상담한 뒤 프랑스 이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36년 결혼생활 끝에 AI 챗봇 ‘파이’와 대화한 뒤 이혼을 결심한 사례도 공개됐다.

일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 교수가 20~59세 8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적으로 AI를 써본 이용자 중 16.7%는 ‘AI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성형 AI에 친밀함을 느낀다는 응답은 60%, 사람보다 AI와 대화하는 것이 편하다는 응답은 51%였다.

업계에서는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본다. 사람은 기다리게 하고 상처를 주지만, AI는 24시간 응답하고 판단을 유예한다. 인간관계의 보상은 주면서도 갈등과 책임 같은 비용은 최소화하는 구조다.

야마다 마사히로 주오대 교수의 사적으로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조사 결과 그래프. /내용 정리: 박성규 기자, AI 생성 이미지

◇ 감정도 플랫폼이 됐다…체류시간 경쟁 본격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강력한 수익 모델이 된다. 감정은 체류시간을 만들고, 체류시간은 구독과 광고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AI 업계 경쟁도 더 자연스러운 음성, 더 긴 기억, 더 인간 같은 반응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메타는 AI 캐릭터와 디지털 동반자를 핵심 성장 축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캐릭터AI 공동창업자들을 다시 영입하며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섰다.

오픈AI 역시 ‘정서적 의존’을 핵심 안전 항목으로 격상했다. 챗GPT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그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유럽 청년 조사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로이터가 보도한 입소스 BVA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스웨덴·아일랜드 11~25세 3800명 중 약 90%가 AI 도구를 사용해봤다고 답했다. 51%는 챗봇과 정신건강·개인 문제를 이야기하기 쉽다고 응답했다. AI가 단순 답변 도구를 넘어 ‘언제든 말할 수 있는 상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다.

AI가 인간의 가장 깊은 영역인 감정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 “위로인가 중독인가”…과몰입 논란도 확산

부작용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14세 소년이 캐릭터AI 챗봇과 깊은 정서적 관계를 형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캐릭터AI는 이후 청소년 대상 자유 대화 기능을 제한하는 등 안전 조치를 강화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가 캐릭터AI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일부 챗봇이 의사를 사칭하고 정신건강 관련 조언을 했다는 이유다. AI 동반자 서비스 문제가 감정 과몰입을 넘어 의료·상담 영역의 신뢰 문제로 번지는 셈이다.

규제기관들도 AI를 단순 정보 서비스가 아니라 ‘관계 서비스’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 일부 주정부는 자살·자해 신호 감지, 장시간 사용 경고, 미성년자 보호 기능 등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도 오픈AI·메타·구글·캐릭터AI 등을 상대로 챗봇의 사용자 참여 유도와 수익화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과 고립층에서 AI 의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가 단기적으로 외로움과 불안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간관계를 대체하거나 현실 검증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업계 한 관계자는 “AI는 사람보다 더 사랑해서 편한 것이 아니라 사람보다 덜 피곤하기 때문에 편한 존재가 됐다”며 “문제는 그 관계가 위로인지, 중독인지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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