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저하·성격 변화 등 두통 없는 뇌종양 신호
감마나이프·정밀수술 발전…기능보존 치료 확대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최근 노령층이 치매나 우울증을 의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고령 인구 증가와 자기공명영상(MRI)·전산화단층촬영(CT) 등 영상검사 보편화로 고령 환자에서 뇌종양이 발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뇌종양은 뇌나 그 주변 조직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통칭한다. 성격에 따라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며, 발생 부위와 세포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고령 환자는 증상이 젊은 층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젊은 환자에서는 두통, 구토, 경련, 마비 같은 증상이 비교적 뚜렷하지만 고령 환자에서는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판단력 감소, 말수 감소, 무기력, 보행 장애 같은 인지기능 및 행동 변화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 양승호 신경외과 교수는 “고령 환자에서는 두통보다 기억력 저하나 성격 변화, 보행 장애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짧은 기간 안에 인지기능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뇌 영상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종양에는 대표적으로 △뇌 자체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교모세포종 △뇌를 싸고 있는 막에서 생기는 뇌수막종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신경초종 △폐암·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이 뇌로 △전이된 전이성 뇌종양 등이 있다.
뇌수막종은 가장 흔한 원발성 뇌종양 중 하나다. 대부분 천천히 자라지만 위치에 따라 언어 장애, 마비, 경련, 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전두엽 주변 수막종은 치매와 유사한 양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모든 수막종을 즉시 치료하는 것은 아니며 종양 크기와 성장 속도, 증상 여부, 환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과 관찰이나 수술, 방사선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전이성 뇌종양도 고령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폐암,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등이 뇌로 전이될 수 있으며, 암 치료 기술 발전으로 생존 기간이 늘면서 뒤늦게 뇌 전이가 발견되는 사례도 있다. 치료는 병변 개수와 크기, 전신 암의 상태, 증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정위방사선수술, 방사선 치료, 표적치료 등을 조합해 시행한다.
교모세포종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으로 치료가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지만, 고령 환자에서는 전신 상태와 인지기능, 보행 능력, 가족의 돌봄 여건, 환자의 치료 목표 등을 함께 고려해 치료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수술은 여전히 뇌종양 치료의 핵심이다. 최근에는 수술 현미경과 신경내비게이션, 기능적 뇌지도, 수술 중 신경감시, 각성 뇌수술 등 기술 발전으로 정상 뇌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정밀 수술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언어·운동·기억 기능과 관련된 부위의 종양에서는 기능 보존을 위한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수술 부담이 크거나 종양 위치상 개두수술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감마나이프 수술 같은 정위방사선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피부 절개 없이 병변에 방사선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영상 기술 발전도 뇌종양 진료를 변화시키고 있다. 고해상도 MRI와 확산텐서영상, 관류영상, 기능적 MRI 등은 종양 위치와 주변 신경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뇌종양은 발생 위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신경학적 이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초기 변화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새롭게 발생한 경련이나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쪽 팔다리 힘 빠짐, 시야 장애, 보행 장애 등이 나타난다면 전문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의료진은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 기억력과 판단력이 빠르게 떨어지거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면 단순 노화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기대하는 삶의 질과 치료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승호 교수는 “고령 뇌종양 치료에서는 단순히 종양 제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환자의 인지기능과 전신 상태,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중요하다”며 “수술과 감마나이프 수술, 방사선 치료 등을 환자 상태에 맞게 선택해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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