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AI ④] 노조 투쟁 타깃 된 AI…‘대체’보다 먼저 온 ‘채용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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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대신 채용 멈췄다… 기업, ‘사람 줄이기’ 보다 ‘덜 뽑기’ 선택
초급·반복 업무부터 축소… 화이트칼라 고용 구조 변화 본격화

[편집자 주]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의 편의를 넘어 인간의 ‘판단’ 영역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불안과 부작용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1997년 발매된 라디오헤드의 3집 앨범 ‘OK Computer’가 포착했던 세기말적 혼란이 2026년 AI 시대에 다시 소환되는 이유다. 이에 마이데일리는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던 당시 인간이 느꼈던 불안과 혼란을 2026년 현재 AI 광풍 시대에 비춰보는 ‘OK AI’를 시작한다. 기술 진보 뒤에 숨은 변화와 균열, 이에 따른 우리가 마주한 질문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를 찾은 참관객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완전 월급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임금 체계 개편이지만, 업계에서는 생산 현장 자동화와 로봇 도입 확대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I와 로봇이 실제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노동계의 견제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1일 AI 업계에 따르면 AI와 로봇 도입이 확산되면서 기업과 노동계 간 긴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 자동화가 가속화되자 고용 안정 장치 마련을 저울질하는 노조들이 늘고 있다. AI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노사 협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당장 현대차 노조만 하더라도 올해 교셥의 주요 쟁점으로 고용 안정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회사 측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양산형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시설 배치와 관련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처럼 노사 교섭 테이블에 AI가 핵심 의제로 올라오고 있는 것은 일자리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해고보다 먼저 나타난 것은 ‘채용 감소’다. 기업들은 기존 인력을 줄이기보다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용을 조정하고 있다.

◇ “전체 직무 절반 영향”…대체보다 ‘업무 재편’이 현실

국제기구들은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미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체 직무의 약 44%가 기술 변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일자리의 약 18%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완전한 대체는 제한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체 고용의 약 2~3%만 완전히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봤다. 대부분은 직무 자체가 사라지기보다 업무 일부가 AI로 대체되는 형태다. 맥킨지 역시 전체 업무 시간의 약 60~70%가 자동화 가능하지만, 이는 직무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충격은 화이트칼라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사무·행정 직무는 AI 노출도가 높은 대표 영역으로 꼽힌다. 반면 제조·건설 등 물리 기반 직무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3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약, 바이오, 패키징, 물류 등 산업계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KOREA PACK(코리아팩) & ICPI WEEK 2026을 찾은 관람객들이 물류현장에 투입될 양팔형 세미 휴머노이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해고보다 먼저 온 변화…“채용 공고가 줄었다”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난 변화는 채용 감소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콘텐츠 작성, 번역, 고객지원 등 일부 직군에서 채용 공고가 줄어드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에 대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사례도 같은 방향이다. IBM은 백오피스 업무 일부를 AI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해당 영역 채용 축소 방침을 밝혔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AI 상담 시스템 도입 이후 콜센터 인력 운영을 줄이고 고난도 상담 중심으로 재편했다.

국내에서도 AI 도입을 둘러싼 고용 갈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통한 생산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싸고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로봇 도입이 인력 대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며,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충돌은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현실로 옮겨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제조업처럼 전통적으로 고용 비중이 큰 산업에서 AI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노사 갈등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콘텐츠와 개발 분야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기사 초안 작성과 요약 업무를 AI로 처리하면서 외부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개발 영역에서는 AI 코딩 도구 확산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초급 개발자 채용 수요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콘텐츠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AI로 만든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 “초급·반복 업무부터 줄어든다”…직군별 재편 가속

직군별로 보면 변화 방향은 더 분명하다. 언론과 콘텐츠 분야는 기사 초안 작성, 데이터 정리, 요약 업무가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고객센터는 기본 문의 대응이 자동화되면서 인력은 고난도 상담 중심으로 축소되는 구조다.

번역은 단순 작업 수요가 줄고 감수·편집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디자인 역시 시안 제작이 AI로 대체되면서 역할이 방향 설정과 품질 관리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개발은 완전 대체보다 생산성 증가가 핵심이다. 다만 코드 자동 생성 기능 확산으로 초급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법률·회계 보조 역시 문서 작성과 검토 업무가 자동화되며 대표적인 영향 직군으로 꼽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과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에서도 사무직과 청년층이 AI 영향에 가장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 3사 등 주요 기업들도 AI 기반 업무 자동화를 확대하면서 인력 운영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다만 AI가 일자리를 일방적으로 줄인다는 해석에는 반론도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기술 변화로 일부 일자리가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함께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AI 엔지니어, 데이터 전문가 등 신규 직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는 일자리를 한 번에 없애기보다 채용과 업무 구조를 먼저 바꾸는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며 “특히 초급·반복 업무부터 수요가 줄어드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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