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37%시대 돌봄 공백, AI가 메워
행동 분석부터 질병 판독·가전까지 진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며 강아지 ‘초코’를 키우는 직장인 이 모씨(32)의 출근길 풍경은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엔 현관문을 나서며 울먹이는 초코 걱정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앱을 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거실에 설치된 AI(인공지능) 홈 카메라가 초코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초코가 거실을 돌아다니며 활동을 시작했어요"라고 알림을 보낸다. 점심시간에는 원격 제어 로봇을 통해 간식을 던져주며 화상 통화로 초코의 이름을 부른다.
이 씨는 "AI 덕분에 혼자 있는 아이의 일상을 공유하게 되면서 분리불안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확대로 인한 반려동물 돌봄 공백을 AI(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메워가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1500만명에 이른다. 양육 가구의 절반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로 ‘외로움 해소’를 꼽았지만, 실제 반려동물의 약 40%는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을 집에서 혼자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홀로 반려동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 관찰 수준에 머물던 기존 펫 카메라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딥러닝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행동을 스스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단계로 확장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실시간 행동 분석 솔루션이다. AI는 반려동물의 평소 패턴을 학습한 뒤 짖음·하울링·구토·배변 등 활동을 즉각 감지한다. 평소보다 과도하게 짖거나 구석에 웅크린 듯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긴급 알림을 전송한다.
정서적 케어도 정교해졌다. 활동량이 줄면 AI가 전용 음악을 틀어주거나 보호자가 부재 중일 때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파악해 적절한 타이밍에 간식을 제공하는 지능형 급식기도 일상이 됐다.
펫테크 시장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는 디지털 헬스케어다. 반려동물은 통증을 숨기려는 본능이 있어 질병이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AI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핵심 열쇠다.
대표적으로 AI 기반 비대면 진단 기술이 각광받는다. 스마트폰으로 눈·피부 사진을 찍어 앱에 업로드하면 수만장의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질환 가능성을 판독한다. 고양이 전용 스마트 화장실은 소변 횟수와 무게 변화를 측정해 신장 질환을 조기 발견하며, 웨어러블 목줄은 24시간 생체 데이터를 수집해 수의사 진단을 지원한다.
업계에 따르면 판독 정확도는 이미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십일리터와 제휴해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펫케어 기능을 탑재했다. AI가 반려동물의 보행 모습이나 안구 상태를 분석, 슬개골 이상이나 백내장 가능성을 판단한다. 또한 ‘비스포크 그랑데 AI’ 세탁기에는 털과 냄새 제거에 특화된 전용 코스를 적용했다.
LG전자 역시 세탁기 ‘트롬 워시타워’에 스팀 기반 살균 기능과 털 제거 성능을 강화한 펫 케어 코스를 탑재했다. 강력한 헹굼과 정밀한 온도 제어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세탁 과정에서 발생한 털을 별도로 걸러내는 전용 필터를 적용해 배수구 막힘을 방지하는 등 세심함을 더했다.
SK텔레콤은 AI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통해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 폐나 심장 질환 등 주요 이상 징후를 탐지하며 수의사의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기술 진보 뒤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가정 내 센서·카메라가 늘어난 만큼 해킹 등 사생활 침해 위험이 제기된다. AI가 관리 효율을 높여도 반려동물과 보호자와의 직접 교감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1인 가구 확대와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 속에 펫테크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펫테크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관찰하던 '1세대 모니터링' 시대를 지나, 이제는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 징후를 먼저 읽어내고 대응하는 '2세대 능동형 케어' 단계로 진입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펫테크가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생활 밀착형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빈 기자 hb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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