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세대교체 ②] 이해진은 설계, 김범수는 정리…창업자 퇴장은 없다

  • 0

같은 서울대·삼성SDS 출신 창업자, AI 시대에 ‘복귀’와 ‘후퇴’로 갈렸다
이해진은 전략 전면으로, 김범수는 한발 물러나…경영권 행사 방식도 달라

[편집자 주] 국내 IT(정보 기술)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창업자가 직접 회사를 이끌던 시대에서,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실행을 책임지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경쟁 격화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IT 세대교체’ 시리즈를 통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넥슨·엔씨소프트 등 게임사를 중심으로 권력 구조 변화의 실체를 짚어본다. 창업자는 왜 뒤로 물러났고,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전면에 섰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박성규 기자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대한민국 벤처기업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이해진·김범수 창업자는 물러나지 않았다. 다만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최종 방향을 정하는 결정권은 여전히 창업자에게 있다.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역할 분담은 더 선명해졌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다시 전략가로 복귀했고,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한발 물러나며 구조를 정리하는 쪽으로 이동했다. 같은 출발선에 섰던 두 창업자가 AI 시대를 건너는 방식은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 같은 출발, 다른 길…NHN에서 갈라진 두 창업자

두 사람의 출발은 닮았다. 1960년대 중반생으로 서울대 86학번 동기다. 각각 컴퓨터공학과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SDS에서 함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벤처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인터넷 산업의 기틀을 만들었다. 김범수 센터장은 1998년 ‘한게임’을, 이해진 의장은 1999년 ‘네이버컴’을 세웠다.

2000년 두 회사는 합병해 NHN이 됐다. 검색과 게임을 결합한 이 구조는 닷컴 버블 붕괴기를 버텨낸 결정적 선택이었다. 2001년 유료화에 성공하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해진 의장은 검색 중심 플랫폼을, 김범수 센터장은 게임과 서비스 확장을 지향했다. 결국 2007년 김범수 센터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두 사람의 길은 갈라졌다.

이후 두 창업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플랫폼 제국’을 구축했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를 검색·콘텐츠·커머스를 아우르는 ‘국민 포털’로 키웠고, 김범수 센터장은 2010년 카카오를 창업해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금융·모빌리티·콘텐츠까지 확장했다. 한국 인터넷 산업은 이 시기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두 축으로 재편됐다.

두 사람의 리더십도 달랐다. 이해진 의장은 대외 노출을 최소화하고 구조와 전략을 설계하는 ‘설계자형 창업자’로 평가받는다. 반면 김범수 센터장은 빠른 결단과 공격적 확장으로 회사를 키운 ‘승부사형 창업자’에 가깝다. 이 차이는 지금까지도 두 회사의 색깔을 규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사옥. /각사

◇ 이해진은 돌아왔고, 김범수는 물러났다

최근 들어 두 사람의 행보는 다시 엇갈렸다. 이해진 창업자는 2025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2017년 의장직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이다. 네이버 내부에서는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창업자의 전략적 리더십이 다시 필요해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이해진 의장은 AI와 글로벌 확장을 직접 챙기며 회사의 중장기 방향을 다시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그의 복귀는 ‘경영 전면’이라기보다 ‘전략 전면’에 가깝다. 실무 경영은 여전히 최수연 대표가 맡고 있다. 네이버는 핵심 임원 중심의 분산형 리더십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창업자가 큰 방향을 정하는 체제로 재편됐다.

국내 1위 간편결제 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의 결합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두나무를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해진 의장은 이를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다만 정부 규제와 인허가 변수로 합병 일정이 지연되면서, 구조와 방식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면 김범수 센터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2025년 건강 문제와 함께 그룹 쇄신 작업을 마무리하며 CA협의체 공동의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사법 리스크와 조직 혼란이 겹친 상황에서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김범수 센터장은 미래 전략과 구조 개편 방향에는 여전히 관여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전면에서 회사를 이끄는 방식은 아니다. 카카오 역시 계열사 축소와 사업 재편을 통해 ‘확장 중심’에서 ‘효율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주식 소유 현황. 지분율 기준 단순 비교로, 네이버는 기관 중심의 분산형 지배구조로 5% 미만 구간의 주주 순위는 공시상 확인되지 않는다. 이해진 의장은 3%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박성규 기자

◇ 창업자 권력의 방식 변화

두 사람의 차이는 지배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네이버는 창업자 지분이 낮고 기관·외국인 중심의 분산형 구조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약 9%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블랙록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특정 개인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갖지 않는 구조다.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지분도 3%대 수준에 그쳐, 지분이 아닌 이사회와 전략 의사결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다.

반면 카카오는 창업자 중심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구조다. 김범수 센터장과 특수관계인을 합친 지분은 20%대 중반 수준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기반으로 그룹 전반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김범수 센터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핵심 축으로 작용하며 지배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IT 세대교체의 본질은 창업자의 퇴장이 아니라, 역할의 재배치다. 최수연·정신아 대표 같은 전문경영인이 실행과 성과를 책임지는 사이, 창업자는 마지막으로 방향을 결정한다. 플랫폼 권력은 이동했지만, 그 끝은 여전히 창업자를 향해 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겉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보이지만, 결국 장기 전략과 방향은 창업자가 쥐고 있는 구조”라며 “AI 전환기일수록 이런 ‘보이지 않는 권력’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성규 기자 p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