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더라”...‘블로퀸’ 양효진이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MD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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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KOVO

[마이데일리 = 수원 이보미 기자] ‘블로퀸’ 양효진이 2025-2026시즌을 끝으로 코트에서 떠난다.

현대건설은 7일 수원체육관에서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를 치렀다. 페퍼저축은행에 1-3으로 패했지만, 예정대로 양효진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양효진은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양효진은 2007년부터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19시즌 동안 쉼 없이 V-리그 무대를 누볐다. 여전히 V-리그 역대 최다 득점, 최다 블로킹으로 최초의 길을 걷고 있다. 양효진이 ‘리빙 레전드’라 불리는 이유다.

은퇴식 도중에 양효진은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했다. 가족들, 가까운 지인들을 보는 순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은퇴식을 모두 마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양효진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구단, 감독님, 선수들한테 알릴 때 마음이 그랬지만 다 홀가분했다. 그런데 막상 은퇴식을 한다고 하니깐 전날부터 계속 신경이 쓰였다.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복합적으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가족들과 사진도 찍고, (김)연경 언니와 신영석 선수를 거쳐 (김)다인 언니와 감독님까지 만났다. 그 얼굴들을 보면서 그동안의 희로애락이 느껴졌다. 같이 지냈을 때 힘들었던 거, 즐거웠던 게 머릿속을 지나갔다. 진짜 안 울려고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연경, 양효진, 신영석./KOVO

양효진이 은퇴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까. 그는 “4년 전부터 1, 2년 하다가 그만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도 이 정도하면 은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잘하고 있을 때 그만 두고 싶었다”면서 “그만둘 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더라. 원래는 작년까지 하고 은퇴 생각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구단에서 1년 더 같이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주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1년 더 한 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가족 그리고 지인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양효진은 “가족들과는 작년에 상의를 많이 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됐던 것 같다. 연경 언니는 작년부터 1년 더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경험자로서 혼자 결단을 내리는 것보다는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소중한 순간이 된다고 말해줬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양효진의 남편은 아내의 결정에 따랐다. 양효진은 “나와 성격이 정반대인 사람이다. 내가 쌓아온 게 많아서 그런지 먼저 의견을 말해주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장난으로 ‘은퇴할까’라고 물으면 ‘마음대로 해라’고 답했다. 내 선택을 존중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양효진./KOVO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19시즌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2021년 국가대표 은퇴 이후 2026년 현대건설 유니폼마저 벗는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 양효진은 “신인 때부터 목표를 세웠다. 첫 시즌을 겪은 뒤 상을 많이 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 다음 기록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었고,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MVP까지 받고 싶었는데 이뤘다. 마지막에는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더라. 그게 종착지였다. 그 뒤로 마음도 홀가분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더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한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양효진은 “얼마 전에 기록을 세웠는데 아무래도 기록을 오래 쌓았다보니 기록상을 안 받은 지 오래됐다. 그래서 후배들이 이벤트를 해줬다. 꽃다발과 선물, 편지까지 받았다. 그 편지 내용이 감동적이었다”면서 “늘 후배들은 같이 운동해서 좋다 혹은 배울 점이 많아서 좋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 또한 지금 후배들이랑 같이 해서 정말 좋았다. 배구를 잘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지 않나. 같은 방향을 보고 갈 수 있다는 게 고마웠다”고 힘줘 말했다.

숱한 별명 속에서도 ‘거대한 귀요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양효진은 “런던올림픽을 다녀와서 생각지도 못한 별명이 붙었다. 어린 나이에 신기했다. 그 때 팬분들도 많이 유입되지 않았나. 아마 키도 큰데 얼굴에 살이 많아서 그렇게 붙여주신 것 같은데, 지금도 조금 부끄럽다”고 했다.

‘블로퀸’, ‘영원한 14번’, ‘거요미’ 등 양효진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많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앞으로는 또 어떤 수식어가 기다리고 있을까.

현대건설./KOVO

수원 = 이보미 기자 bboo0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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